장마철 빗속에서 옛 만화를 한 장 한장 넘기며 그때의 감동을 다시 되새겨봤다. 내가 초등학교때 이 만화가 나왔던 것 같은데 벌써 세월이 많이 흘렀다. 참 골때리고 웃긴 캐릭터 강백호의 빨간 머리는 지금 봐도 강렬하다. 만약 만화를 인류문화유산(좀 오버인가?)으로 남길 수 있다면, 꼭 남기고 싶은 만큼 훌륭한 작품이다. 주인공 강백호를 비롯해 만화속 캐릭터 하나 하나가 사나이의 심금을 울렸던 이 만화,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도대체 무엇이 많은 남자팬들의 사랑을 받게 한 것일까?
그건 바로 이 만화가 남자의 눈물을 제대로 표현해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특히, 이 만화속 주인공들이 흘리는 눈물씬은 정말.......
사나이의 가슴을 파고든다...
포기를 모르는 남자 정대만.
한 때 중학교 MVP까지 하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잦은 부상후 농구를 하지 않고 방탕한 생활을 한다.
그 모습은 과거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정대만이 아닌 망신창이 정대만이었다.
그는 현재의 망가진 자신보다 농구를 훨씬 잘하고 있는 송태섭을 비롯한 북산의 팀원들에 질투를 느껴,
체육관에 찾아와 싸움을 걸고 난동을 벌인다.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나 있던 것을, 엉뚱한 데에 풀고 있었던 것.
한바탕 싸움이 끝난후, 자신이 북산을 선택하게 만든 안감독님이 들어온다.
이 때 정대만은 무릎을 꿇고 처절한 눈물을 흘리는데.....
바로 이 장면이다...
"안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
비록 만화이지만, 정대만의 목소리가 가슴속을 파고드는 것 같다. 얼마나 농구가 하고 싶었을까....
남자는 이렇게 처절하고, 간절하게 원하는 순간, 눈물을 흘린다.
그의 또 하나의 명장면.
이후 전국고교 최강 신왕전에서 자신의 예전 모습을 되찾으며 투지를 불태웠던 정대만.
이 장면을 보며 그 포기를 모르는 남자가 예전에 안감독님 앞에서 흘렸던 눈물이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전국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중요한 길목에서 해남과 맞닥뜨린 북산. 하지만 아깝게 북산이 패하고 만다.
원인(?)은 바로 마지막 몇 초를 남겨두고 벌어진 강백호의 패스미스에 있었다.
고릴라 채치수한테 패스하려던 것을, 실수로 상대편에게 패스해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종료 부저가 울리고, 이어 한 남자도 울고야 만다.
바로..강백호..
자기때문에 팀이 졌다며, 자신이 실수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없이 울던 강백호.
흐르는 땀과 함께, 흐르는 그의 눈물은 남자들의 심금을 울리고야 만다.
자신감 넘치고, 기고만장했던 강백호가 정말 안쓰러웠던 장면이다.
채치수가 위로해 주지만, 저 순간이 닥친다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을 것이다.
남자들이라면 한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투지를 불태웠지만, 뜻 대로 되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던 순간이..
자신의 실수때문에 팀이 진 것 같아, 너무도 미안해 가슴이 무너지던 순간이..
백호는 이 때 이후로 삭발하고 농구에 전념하기 시작한다....
살면서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강백호처럼 안쓰럽고 뭉클한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
그 어떠한 위로도 소용없을 때, 남자의 눈물은 이렇게 안쓰럽다.
갑자기 축구선수 트레제게의 눈물이 생각난다.
그의 승부차기 실축으로 패배했던 프랑스.
조국 프랑스와 팬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힌없이 눈물을 흘렸던 축구선수 트레제게의 눈물이..
채치수. 그라면 절대 울지 않을 것 같았다. 북산의 주장으로써, 엄격하게 팀을 이끌었던 그. 팀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기둥이 되어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그.
그가 능남과의 중요한 일전에 승리를 거두고는 결국....울고야 말았다.
전국대회로 나 갈 수 있는 티켓을 거머쥐던 순간, 그의 어깨는 흐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우는 모습을 팀원들에게 들키기 싫었을까?
남모르게 울고 있던 그에게, 강백호가 다가 간다.
자신이 울고 있을 때 채치수로부터 위로를 받었던 백호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채치수를 다독여준다.
아, 사나이끼리는 통한다고 했던가.
땀과 범벅이 되어 아이같은 눈물을 흘리던 고릴라 채치수의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어렸을 때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순간이 그에게 찾아 온 것이다.
나도 그 순간, 채치수가 되어 울컥하고 말았다.
그리고 채치수와 그의 라이벌 변덕규가 서로 안아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
채치수의 눈물에 이어 2연타를 날려버린다.
결국 나도 눈물을 글썽이고 말았다....
그리고....
이번엔 내 가슴에 전율을 일으켰던 장면이다.
전국고교 북산대 신왕전.
안감독은 자꾸 성장해가는 백호의 모습을 보며 즐거웠고, 그의 부상을 알면서 몇 분간은 계속 경기를 뛰게 했다. 하지만 더이상은 안되겠던지, 그를 벤치로 불러들인다.
그런데!
강백호는 허리부상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경기를 뛰겠다고 한다.
왜냐하면...
강백호, 그의 영광의 순간은 바로 지금이었기 때문이다.
부상이 그를 가로막아도, 절대로 이 순간만큼 뛰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때의 전율은 슬램덩크를 직접 읽어봐야지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사고뭉치에다가 구제불능이었던 강백호가 슬램덩크의 그 어떤 캐릭터보다 멋져 보였던 순간이다.
그리고, 늘 서로를 못잡아 먹어 안달이었던 강백호와 서태웅의 하이파이브 장면.
절대로 친해질 수 없었을 것 같은 앙숙 캐릭터 강백호와 서태웅.
신왕전 거의 마지막 찬스에서 서태웅의 패스로 2점슛을 성공시키는 강백호.
늘 동료를 활용하지 않는 이기적인 플레이였던 서태웅이, 강백호에게 패스를 한 것이다.
이것은 만화 전체를 놓고 볼 때, 하나의 사건이었다.
또 서태웅이 더 좋은 선수로 받돋움 할 수있는 발판이 되는 장면이다.
협력 플레이로 골을 성공시키고 나자, 이 둘은 하이파이브를 한다.
'철썩'이라는 단어와 함께
가슴에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
신왕과의 사투에 체력을 소진한 나머지, 다음 경기에서 참패를 하고 만 북산.
하지만 북산의 모든 팀원들은 신왕전에서 자신의 모든 것들을 불태웠기에 후회는 없었다.
열정 하나로, 꿈을 향해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리고 싶게 만드는 만화 슬램덩크.
24권 마지막 즈음에 모든 팀원들과 스태프들이 함께 찍은 이 사진.
다시 봐도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참 멋졌던 씬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허리부상으로 쓰러져 있다가 벌떡 일어나 고백을 하는 장면.
소연이 한테 하는 고백인지, 농구를 향한 사랑을 표현 한 것인지 헷갈리게 했던이 장면.
참....나도 만화 슬램덩크를 향해 그렇게 말하고 싶다.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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