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따뜻한 솜이불같은 심리치유에세이
사람은 누구나 치유받아야 하는 상처들을 품고 살아간다. 누군가는 그 상처들을 치유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그렇지 못해 곪은 상처를 안고 더욱 비참해지기도 한다. 그러다 누군가의 다정한 말 한마디에, 누군가의 따뜻한 포옹 한 번에 치유를 느끼기도 한다.
책<그림에, 마음을 놓다>는 그런 따뜻한 포옹과 말 한 마디와 같은 심리치유에세이다. 책을 쓴 이주은 작가는 삶이 막막할 때면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치유의 길을 묻는 다고 한다. 그녀는 서울대 언어학과를 졸업한 뒤 3년간 대기업에서 무난한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미국으로 건너가 서양 미술사 석사학위를, 돌아와서는 이화여자 대학교에서 현대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책속에는 작가가 사는 동안 만난 그림들과 그 그림들을 통한 치유의 여정이 펼쳐지고 있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유독 마음이 끌리는 2점의 그림과 만났다. 내 마음속 상처인 것 같기도 하고, 아쉬움인 것 같기도 한 부분을 가만히 어루만져주는 그림이었다.
2. 책속의 그림 2점에 끌리다
월터 랭글리, <저녁이 가면 아침이 오지만, 가슴이 무너지는구나>, 1894
월터 랭글리는 외딴 어촌을 찾아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몇 년간 머물렀던 영국의 외광주의 화가라고 한다. 어촌 마을에 지내면서 마을 사람들의 애환이 얽힌 바다풍경을 화폭에 옮겼다. 특히 위 그림을 보며 왠지 모르는 슬픔과 애잔함이 밀려왔다. 고기를 잡으러 떠난 남편의 배가 돌아오지 않은 것일까. 남편의 사망소식을 들은 것일까. 여인의 가슴속에서 슬픔이 닻을 내리고 쉽사리 떠나지 못할 것 같은 풍경이다.
내가 그림속 여인과 비슷한 포즈를 하고 있었던 순간은 재수시절이었다. 지원한 대학에 모두 떨어져 대학교입시에 실패하고 정읍천에 가서 얼굴을 감싸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한 참 울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어머니가 괜찮다며 등을 다독였던 순간이 떠오른다. 한없이 죄송한 마음에 다시 어머니 앞에서 굵은 눈물방울을 떨어트리기도 했다. 저 그림속 여인을보며 20대 초반의 나를 위로할 수 있었다. 그림 1점이 지나간 시간을 어루만져줄 수 있고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에두아르 마네, <라튀유 씨의 레스토랑에서>, 1879
이 그림은 작가 본인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목록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는 그림이라고 한다. 정원이 있는 야외 레스토랑에서 두 남녀가 서로를 들여다 본 채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뚫어져라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과 다소곳하게 받아들이는 여자의 눈동자가 환희 그려지는 그림이다.
이 그림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기 보다는 절로 설레고 기쁜 감정이 찾아 들었다다. 나도 저랬던 순간이 몇 번 있었다. 마냥 좋아서 오래도록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입맞춤을 하고 다시 사랑스레 쳐다보았던..지금은 솔로가 된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흑흑. 저 그림속 연인들이 부러울 줄이야!
어쨌거나 연애시절의 풋풋함이 느껴지는, 절로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그림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마다 끌리는 그림은 다를 것이다. 또 위로를 받게 되는 그림도 다를 것이다. 책속을 산책하듯 거닐면서 '그림'이라는 풍경앞에 서보는 것도 좋으리라. 그림을 통해 삶의 어느 한 부분과 만나게 되고, 급기야 그 그림이 여러분의 삶을 어루만져줄 수도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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