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697 독서노트(637)이백의 행로난 이백처럼 우리도 가슴답답할 때가 있지 않은가. 입맛도 없고, 흥도 안나고 혓바닥위에 그 무슨 산해진미를 올려놓은들 씁쓸할 때가 있지 않은가. 이백의 〈행로난行路難〉 인생길 고달파라 금잔의 미주는 한 말에 만금이요 옥반의 진미는 그 값이 만 전인데. 한 모금 한 입도 넘기기 어려워 잔도 젓가락도 다 던져버렸노라. 시퍼런 검을 빼어들고 뛰쳐나가 사방팔방 노려보는데 가슴만 막막하다. 황하를 건너자 했더니 얼음이 강을 막고 태항산을 오르려 했더니 눈이 산에 가득하네. 푸른 시내에 한가로이 낚시 드리웠던 사람이여 해 뜨는 곳으로 가는 배의 꿈이여! 인생길의 어려움이여, 어려움이여! 수많은 갈림길에서 나는 지금 어디 있는가! 큰바람이 일어 물결 높은 날이 반드시 오리니 구름 돛을 곧장 펴고 드넓은 창해를 넘어가리라.. 2022. 9. 29. 독서노트(636)언론 혐오 사회 하루에도 수많은 기사가 쏟아진다. 좋은 기사를 보면 한번 더 곱씹어 읽는다. 비슷한 제목과 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을 보면 피로를 느낄 때도 있다. 그 수많은 기사의 홍수속에서 독자들도 정신 없을 것 같지만, 그 많은 기사를 하루에 쏟아내는 기자들도 정신 없을 것 같다. 기사를 읽다보면 참 좋은 기사도 있고, 나쁜 기사도 있고, 이상한 기사도 있다. 그리고 이걸 기사라고 쓴거야?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와 이건 정말 잘 취재했네?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어쩌다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언론을 혐오하게 된 것일까. 책을 읽으면 그 답이 보인다. 대부분의 기자가 책상에 궁둥이 붙이고 기사를 쓰지만, 그들이 발로 뛰지 못하는 이유는 황당하게도 “시간이 없어서”다. 시간. 지금 언론이 가진 대부분 문.. 2022. 9. 27. 독서노트(635)외로움, 이석원 소품집 공감. 뜨끔. 책 속 이 구절. 누구나 외로울 때가 있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꾹꾹 눌러담듯, 외로움을 감정 밑바탁까지 애써 누르려고 했던 적이 있다. 나도. 혼자서는 외로움 같은 것 크게 못 느끼며 나름대로 잘 지내다가 밖에서 사람이라도 만나고 오면 오히려 없던 외로움에 시달리게 되는 날이 있다. 평온했던 마음에 생긴 뜻하지 않은 균열에 나는 당황하고. 아는 의사가 그랬다. 뭔가를 치료할 때 병원에서 술 마시지 말란 말을 듣는 이유는 알코올이 없던 염증을 만들어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게 몸속 어딘가에 잠재해 있던 염증을 끌어내서 그런 거라고. 만약, 외로움이라는 게 사람 감정의 어떤 염증이라고 할 수 있다면, 이렇듯 밖에서 사람을 만나곤 혼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경우.. 2022. 9. 25. 독서노트(634)신서유기 이는 비단 출판업계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업계일수록 이런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가 나영석 tvN PD다. 그는 2007년 ‘1박2일’로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윤식당’, ‘신서유기’ 등 수많은 프로그램을 연속으로 성공시켰다. 그보다 더 신기한 것은 정말 다양한 방식의 프로그램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신서유기’는 원래 2015년 네이버 TV에서 방영하던 인터넷 방송이었다. 2019년에는 이수근, 은지원의 ‘아이슬란드 간 세끼’라는 5분짜리 방송도 시도했다. 2021년에는 유튜브에서 ‘출장 십오야’라는 숏폼 프로그램을 시도해 다시 한번 성공을 거두었다. 이렇게 이것저것 다 해 보는 것에 대해 나영석 PD는 한 예능.. 2022. 9. 24. 독서노트(633)인간의 모든 죽음 하루 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야지하는 생각이 든다. 죽음은 일상의 삶에서 항상 어떤 가능성으로 존재한다. 자기가 죽는 순간을 생각하는 현존재는 죽음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는 자기 자신만의 것으로 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현존재가 죽음으로써 무(無)에 내동댕이쳐졌을 때 느끼는 감정을 하이데거는 불안이라고 했다. 죽음불안이란 죽음과 대면할 용기가 없는 마음 상태다. 실존주의 철학자는 죽음불안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오히려 불안 속에 자유가 있으며 인간이 진정한 실존에 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고 주장한다. 실존철학에서는 죽음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일시적 오락이나 취흥으로 도피하지 말고 불안에 나를 맡기라고 요구한다. 자신이 죽는 미래의 현장에 미리 가보면.. 2022. 9. 23. 독서노트(632) 허준이 교수의 말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불안할 때가 있다. 목표를 세워서 이뤄나가야한다는 압박감을 느낀 적도 있다. 그럴 때는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의 말을 곱씹어 볼일이다. 너무 구체적인 목표는 오히려 독이 될까. 나 같은 경우는 오히려 목표를 세워서 움직여야할 것 같기도 하지만. 일단 허준이 교수의 말에도 귀 기울여보기로. 한국계 수학자 최초로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뭘 해야겠다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목표가 구체적일수록 마음이 경직된다. 오히려 목표를 정확히 두지 않으면 지적으로 재미있고 흥미로운 시도를 할 가능성이 생긴다.” 가속이 미덕이 된 지금, 빠른 문제 해결과 결론 도달은 유일한 가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아.. 2022. 9. 9. 독서노트(633)작가의 수지 허허. 맞는 말일세... 모리 히로시는 저서 『작가의 수지』를 통해 수입에 대해 세세히 설명한다. 기본적인 인세와 단행본, 문고본 판매 수익 비율, 해외 번역 출간 수익, 영상물 등 2차 창작물 관련 수익, 강연료와 TV 출연료 등 다양한 항목을 놀랄 만큼 상세하게 적었다. 작정하고 까발렸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그는 일을 대하는 마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좋아하니까 쓴다는 사람은 열정이 식었을 때 슬럼프에 빠진다. 자랑할 만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비판과 비난을 받으면 의욕을 잃는다. 그러니까 그런 감정적 동기만으로 버티면 언젠가 감정 때문에 글을 못 쓰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일이니까 쓴다는 사람은 슬럼프를 모른다. 글을 쓰면 쓴 만큼 돈을 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 2022. 9. 8. 독서노트(631)박완서 호미예찬 전문 박완서 작가의 산문 '호미예찬' 전문이다. 요즈음엔 집에서 호미를 보기 어렵다. 시골 가정집에서는 볼 수 있을지 모른다. 호미. 호미. 호미. 입에 되뇌일수록 사람 이름같이 정겹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시선도 정겹다. 작가의 산문중 '입시추위'도 좋다. 이건 사서 읽어보기를. 내가 마당에서 흙 주무르기를 좋아한다는 걸 아는 친지들은 외국 나갔다 올 때 곧잘 원예용 도구들을 선물로 사오곤 한다. 모종삽, 톱, 전지가위, 갈퀴 등은 다 요긴한 물건들이지만 너무 앙증맞고 예쁘게 포장된 게 어딘지 장난감 같아 선뜻 흙을 묻히게 되지를 않았다. 그래서 전지가위 외에는 거의 다 사용해보지 않고 다시 선물용으로 나누곤 했다. 내가 애용하는 농기구는 호미다. 어떤 철물전에 들어갔다가 호미를 발견하고 반가워서 손에 쥐어보.. 2022. 9. 5. 독서노트(630)더듬거리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사람이 있는듯. 좋은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더듬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의 언어가 그들의 생각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매우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언어는 그 탁월한 생각을 퍼내지 못합니다. 비유를 들어 설명하면, 그들 안에 존재하는 사고의 우물은 신통치 못한 언어의 두레박으로 인해 제대로 퍼 올려지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개성적이며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개성적이기에 그들의 생각은 창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존재의 세계는 개성의 세계이기에 사고의 세계 역시 개성의 세계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언어의 두레박은 문제가 있어서 그들의 사고 세계는 마치 두레박을 발견하지 못한 우물과 같습니다. .. 2022. 8. 31. 이전 1 ··· 5 6 7 8 9 10 11 ··· 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