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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에세이218

맥주 한 캔 직딩의 행복은 별 것 없다.퇴근길 터벅터벅.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 맥주 앞에서 두리번 두리번.오늘은 이 맥주다!정했으면 집어든다.카드를 꺼내 결제.아차 하나 빼먹었다.치즈.소세지.봉지에 넣어 집으로 다시 터벅터벅.문을 열고 들어가 불을 켠다.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드디어.맥주 캔 따는 소리.똑~딱~쏴아~목구멍으로 시원한 파도.맥주 한 캔의 행복.이 밤의 끝을 잡고.노래 가사를 읊조리며맥주를 벌커 벌컥.의미없이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리다바로 끈다.천장을 몇 초간 바라보다가눈을 감는다.눈을 감고 있다가다시 터벅 터벅.스위치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불을 끈다.취침. 2017. 1. 2.
정처없는 여행길, 어디로 흘러가든 냅두리라 기차여행을 하며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본다.저 멀리 산 능선이 우리네 인생의 굴곡처럼 보인다.내게는 열정의 굴곡이 더 맞겠다.한 번 쯤 자신의 삶을 멀찌감치에서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 아직 내 삶은 뒤돌아 볼 것도, 굴곡도 많지 않아 때론 밋밋한 풍경이다.정상을 찍어 본 적은 없고 산허리를 따라 돌아다닌 느낌이다. 가시에 찔리거나 꽃을 밟거나 나뭇가지에 부딪히거나 돌부리에 발이 걸린 정도.때론 무릎이 까지기도 마음이 까지기도 했다. 저 산 능선 너머 희뿌연 또 하나의 능선.그 뒤에 엷은 한산 세모시같은 능선. 그 너머로 아주 희미한 어린시절.그 옆에 뭉개진 내 턱선 같은 능선.하늘과 맞 닿아있는 산 능선들, 삶의 굴곡들.달리는 기차안에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특별한 계획도 없이 기차에 올랐다.눈은 쌓이지 않.. 2017. 1. 2.
[직딩라이프]주말이 다가오면 고무장갑이 되고싶다 주말이 다가오면 밀린 설거지를 앞에두고빨래처럼 널린 고무장갑이여나는 네가 되고 싶다물끄러미 드러운 그릇들을 바라보며아무것도 하지 않고24시간48시간72시간널브러져 있고 싶다더러운 그릇 옆에 시계 하나퐁퐁을 묻혀시계바늘을 닦고초침도 닦고숫자들도 닦아주고귀찮아도 닦아주고수도꼭지를 틀고헹궈서 씽크대 위에 올려놓고말려서나중에 밥을 담아야지기약은 없지만물을 묻히지 않고눈물을 묻히지 않고고무장갑처럼 널브러져곰팡이 낀 그릇들을 맥없이내려다보고 싶다주인이 오기전까지캄캄한 어둠속에 있다가별은 뜨지 않을지언정아무것도 하지 않고아무것도 하지 않고드릅게 생긴 그릇 하나 둘 더 쌓이는 걸내려다보고싶다의미없이생각없이 2016. 12. 23.
[직딩상상]직장 근무중 화장실에서.... 2016. 12. 6.
바늘코뿔소 혓바닥은 바늘코뿔소길고 가느다란 바늘이 달려있다.함부로 휘둘렀다가는누군가의 마음을 찌르거나 찔리거나.피 한방울이 나더라도피 한바가지를 흘린듯한 출혈이 있는 곳그곳은 마음이다.순간의 감정으로 실수의 연속.상처가 된다.마음을 만질 수 없어지혈을 할 수 없다.스스로 아물기를 기다리다가서로를 생각하며 콕콕 찔리는 마음을 어찌할 길이 없다조심하고서로 조심해야하는데한 순간의 실수로마음은별과 별수억광년의 별과 별 사이그 거리보다 더 멀어질 수 있다.'화해'와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우주 탐사선을 띄우자.항해를 시작하자.혓바닥은 바늘코뿔소. 2016. 12. 3.
[직딩상상]시간 피자 시계바늘은 지금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아니다. 직장에서만 그렇다.너무 빠르면 또 후회라려나.빨리 나이먹고. 시간은 가고, 늙고 결국 지금 시계바늘의 속도가 최적인가.... 2016. 12. 3.
사람에겐 눈물샘이 있어요 사람에겐 눈물샘이 있지요목젖에도 있지요 하늘에도 있지요 구름에게도 있지요 울엄마 가슴에도 있지요. 울아버지 뒷모습에도 있지요설거지 거리위에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수도꼭지에도 눈물샘이 있지요 일요일 늦은 밤 늘 깊은 한 숨을 내쉬어요 내 한 숨에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양말이 쪼음 움직이겄어요 방바닥 내 그림자 깊게, 아주 깊게 밟히는 소리에요 설거지도 귀찮아서 안했어요 빨래도 밀렸어요옷은 아무렇게 벗어놨어요발냄새에도 무감각해졌어요바닥에는 검은 지렁이책은 널브러져 있어요요새 책을 안봐요머리가 아닌 마음을 채우고 싶어요아니 책을 읽어야겠어요몆 줄 읽다가 잠들어요그냥 주절주절밤에 주절주절 2016. 12. 1.
[직딩상상]졸라 빨리 미끄러지는 퇴근 미끄럼틀. 졸라 빨리 미끄러지는 퇴근 미끄럼틀.사무실 의자밑에서 문이 열리고 집으로 바로 연결되는 미끄럼틀이 광선검처럼 찌잉 나온다.이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면 10초 안에 집 도착.ㅋㅋ 2016. 12. 1.
자취 직딩의 외로움에 대하여 식당 아주머니가 가장 먼저 발견한다.큰 목소리로. "혼자 왔어요?" 혼자있음외로움이 세게 내 등짝을 치는 순간이다국밥 한 그릇이 놓이고반찬그릇 사이를 젓가락으로 헤집으며순대처럼 물컹한 외로움을 목구멍으로 밀어넣는다아니다외롭지 않다그러므로 사람은 외롭다 2016.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