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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관식 깊이 구워진 삼겹살을에 상추를 삼베옷처럼 두른다. 두 손으로 고이 모셔들고 입을 크게 벌리고 밀어넣는다. 쩝쩝.바작.바작. 돼지고기가 뜨겁다. 비계가 씹힐 때 육즙이 흘러나온다. 아...맛...있...다. 큰 일이다. 돼지의 죽음이 슬프다는 생각이 없다. 오로지 식감에 주목한다. 침샘마저 악어의 눈물이 된다. 돼지의 죽음을 꼭꼭 씹어 먹는다. 스페인 와인을 겻들여 한끼를 해결한다. 성찬이다. 일요일에 먹는 삼겹살이 월요일에 먹는 삼겹살보다 맛있다. 토요일에 먹는 삼겹살이 일요일에 먹는 삼겹살보다 맛있다. 배가 부른다. 그렇게 살아간다. 누군가는 슬프고 누군가는 기쁜 삶. 몇십분 전 맛있는 행복에 이어 내일 월요일이라는 생각에 우울함이 반복된다. 직장인의 비애가 더 크다. 아 돼지에게 씁쓸한 현실이여. 돼.. 2021. 3. 1.
독립서점을 품은 집 독립서점을 품은 집을 갖고 싶다. 멀리가지 않아도 방으로 걸어들어가면 독립서점이 있는 집. 좋아하는 책을 진열해놓고, 보물을 꺼내보듯 책의 이야기를 탐구하는 시간. 그런 시간의 품 안에서 뒹글고 싶다. 2021. 2. 27.
애쓰다 애써 다가가려 하지 않고 애써 괜찮은 척 하고 애써 외롭지 않다는 듯 행동하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듯 대화를 이어가고 애써 전화를 걸지도 않고 애써 톡을 하지도 않고 애써 의욕을 불태우지도 않고 점점 애쓰지 않게 되는 건 정녕 괜찮은 것인가 정녕 다가가지 않는건가 정녕 외롭지 않다는 건가 정녕 아무렇지 않은 건가 정녕 전화를 걸지 않을텐가 정녕 톡을 하지 않을 텐가 정녕 의욕을 불태우지 않을텐가 점점 애쓰지 않을 텐가 결국 2021. 2. 17.
여유 일상에서 조급함을 뱉어내고 여유 한 모금 마시기. 뜻대로 되진 않는다. 2021. 2. 16.
독서노트(537)클럽하우스, 게스트하우스 갬성?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플랫폼 '클럽하우스'를 오늘 처음 써 봤다. 손을 흔들고(?) 대화에 참여하기가 쉽지는 않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 끼어드는 느낌이 들어서다. 방을 개설한 모더레이터라는 분들이 방 토크를 주도한다. 돌아가면서 말을 할 수 있게 질문을 던지거나, 말하는 이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대화를 나누는 사람보다,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라디오처럼 켜놓고 나랑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점이 참 신기하다. 사람들이 시시콜콜 나누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어도 되서 편안한 플랫폼이다. '클럽하우스에 관한 생각'이라고 개설된 방을 들어갔다. '게스트 하우스 감성과 비슷하다'는 한 유저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절묘한 비유다. 게스트 하우스에 가면 가운데.. 2021. 2. 8.
내가 글을 쓰는 시간 마음이 답답한데 어디 말할 때는 없고 그렇다고 딱히 전화할 때도 없고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딱히 떠오르지도 않고 가슴에 담고있자니 숨이 턱 막힐 것 같을때 이때가 내가 글을 쓰는 시간. 2021. 2. 6.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둑이 무너지듯이 마음에도 비가 너무 많이 내리면 둑이 무너진다 보이지도 않고 그 크기도 가늠할 수 없는 둑이 한없이 한없이 그래서 어디서부터 무너진 둑을 다시 복구시켜야할지 모를 때가 있다 그러다보면 마음이 무너진다 당신도 그러한가 2021. 2. 6.
자취2 발톱은 자라고, 때는 끼고, 발냄새는 생선 가시처럼 콧구멍을 찌르고 호래비 yo 호래비 yo 이불 덮고 천장 바라보면 깜해 까매 깜깜해 깝깝해 yo 편지를 써놨네 겨울의 패션 삶을 향한 열정 미지근한 혓바닥 뱃살 집어넣고 yo 2021. 1. 14.
시간 에히 무릎 다 까졌네 넘어졌으면 한번쯤 푹 주저앉어 뭘 연고도 안 바라고 그리 급히 가냐 임마 2021.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