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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697

2017 독서노트(55)유홍준의 안목, 미를 보는 눈 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흐뭇해지고, 마음의 묵은 때가 씻기는 듯하다. 희고 고운 살결. 하얀 눈 밭. 순박한 한국인의 정. 넉넉한 마음씨. 시골의 아늑함. 조선의 얼굴. 한국인의 오랜 추억. 한국인의 바탕. 우리나라 자연의 바탕. 한국 미술의 저력. 달항아리를 보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유홍준은 책에서 달항아리를 다루는 부분에서 '한국미의 영원한 아이콘'이란 제목을 달았다. 혜곡 최순우는 달항아리를 보면 잘생긴 부잣집 맏며느리를 보는듯한 흐뭇함이 있다 했단다. 한국의 흰 빛깔과 공예 미술에 표현된 둥근 맛은 한국적인 조형미의 특이한 체질의 하나이다. 따라서 한국의 폭넓은 흰빛의 세계와 형언하기 힘든 부정형의 원이 그려주는 무심한 아름다움을 모르고서 한국미의 본바탕을 체득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 2017. 10. 31.
2017 독서노트(54)승효상의 건축여행, 오래된 것들은다 아름답다. 건축가 승효상의 철학적인 건축에세이 . 책을 읽다보면 그의 생각들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 제목은 박노해 시인의 시 에서 따왔단다. 그에게 영적 성숙을 이루게 하는 건축은 서울에 있는 '종묘'다. "종묘. 서울의 한복판 종로에 면해서 5만 6천여 평의 면적 위에 오늘날까지 그 기능을 잃지 않고 조선왕조의 신위들을 모시고 있는 이곳, 종묘는 일그러진 서울의 중심성을 회복하게 해주는 경건한 장소이며 우리의 전통적 공간개념인 '비움의 미학'을 극대화하고 있는 건축이다."-23쪽- 대학 시절 종묘에 간 적이 있다. 하늘 아래 경건한 분위기. 어하늘의 높이 만큼이나 깊이있는 조선의 문화적 역량을 살펴볼 수 있다. 사람을 압도하기보다는 그 기운에 녹아들게 하는 영험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절로 마음이 차분해.. 2017. 10. 31.
2017 독서노트(53)소설가 박범신이 쓰는 시, 자기안의 시인을 깨우라 작가 박범신은 '자기안의 시인'을 깨우며 살라고 말한다. 자기안의 시인을 억압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소설가인 당신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자신의 시가 시인이 볼 때는 아마추어로 보일거라고. 그럼에도 가끔 시를 쓴다고. 18일 금강길 걷기(충남문화재단 개최) 논산 종주 프로그램 중 박범신 인문학콘서트가 진행됐다. 종주팀들과 탑정호와 솔바람길을 거닐은 작가는 자신의 집필관에서 시를 직접 낭독했다. 작가가 쓴 시, '밀물'과 '사는거'를 들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밀물'은 나 자신을 비슷한 나이대의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서 목표를 이루고자 조바심을 내고 있는, 그러나 뒤쳐져 있는 듯한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했다. 봄꽃으로 피려고 서두르는 건 아닌지, 봄꽃으로 피지 못한다고해서 너무 실망하거나 의기소침해지는.. 2017. 9. 18.
2017 독서노트(52)명견만리 '미래의 기회'편 가까운 서점에 가서 보고싶은 책을 산 후 집에서 읽는 재미. 이것은 인간으로 살만한 이유다. 집근처에 생긴 영풍문고 유성점에 들려 책를 샀다.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의자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는 서점이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도 나는 집에서 뒹글뒹글하며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므로 집에 그냥 왔다. 한번 이기적인 행동을 나고 난 뒤에는 한번 쯤은 이타적인 행동을 해야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 밥그릇을 챙기기에 바쁜 세상이지만, 우리는 가끔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이 인간으로 살만한 이유다. 책을 읽어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스 경제가 어려워지자 '서스펜디드 카페'가 부활했다고 한다. 자신이 마신 커피값 외에 다른 사람이 마실 .. 2017. 9. 17.
2017 독서노트(51) 심보선 시집, 오늘은 잘 모르겠어 보통 시집의 제목에 쓰인 시가 대표 작품인 경우가 많다. 오늘은 잘 모르겠어. 그동안은 알았지만, 오늘만큼은 모르겠다는 뜻 일까. 내일은 알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담긴 메시지일까. 어제와 내일의 틈바구니에서 오늘은 얼마나 불확정성을 띌까. 확실한 게 있을까. 그런 잡념에 빠지게 하는 제목이다. 오늘을 살고 있지만 그 오늘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시집을 볼 때면 그 안에 있는 작품보다 오히려 시집의 제목에 관심이 더 갈 때가 있다. 제목으로 쓰인 시를 옮겨 본다. 그리고 유독 마음을 끌어당기는 시 한편도 적어본다. 제목 : 오늘은 잘 모르겠어 / 심보선 당신의 눈동자내가 오래 바라보던 한 쌍의 신神이 됐었지 당신의 무릎내가 그 아래 누우면 두 마리 새가 됐었지 지지난밤에는 사랑을 나눴고지난밤에는 눈물을 흘.. 2017. 9. 16.
2017 독서노트(50)J.네루 <세계사 편력>, 아버지가 딸에게 들려주는 세계사 책 은 아버지가 딸에게 들려주는 세계사 이야기다. J.네루가 3년간 옥중생활을 하면서, 홀로 남겨진 어린 딸 인디라 간디에게 쓴 편지글 형식의 글을 한데 엮었다. 육체의 부자유속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들과 생각들을 오롯이 담은 책이다. 어머니가 나에게 쓴 편지를 비추어 보건데 자식에게 쓴 편지는 사랑의 표현과 잔소리가 적절하게 섞여있다. 딸에게 수천년 동안 펼쳐진 세계의 역사 이야기를 편지에 녹여낸 J. 네루. 그 편지를 받는 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내가 인디라 간디였어도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철철 넘쳤을 것 같다.유럽의 식민지 역사, 인도의 저항과 비폭력의 역사,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 이집트와 로마의 역사, 중동의 번영, 몽골의 유럽 제패, 십자군 전쟁…. 굵직한 역사가 파노라.. 2017. 9. 16.
2017 독서노트(49) 박이문 <둥지의 철학>, 메모 둥지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새들이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써서 주체적으로 창조한 또 하나의 새로운 자연이다. 이렇게 창조되었다는 점에서 자연과 구별되지만, 그러면서도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자연과의 연속선상에서 존재하는 비자연이다. 이런 점에서 둥지는 선자연적·친환경적·친 생태학적 건축물이다.둥지 건축물의 구조는 생물학적 안전함, 정서적 따뜻함, 포근함, 모성적 헌신, 세대 간의 유대성, 남녀 양성 간의 사랑, 혈연적 유대감의 구현을 상징한다. 둥지는 미학적으로 아름답고, 감성적으로 따뜻하고, 영혼적으로 포근하며, 궁극적으로는 행복 그 자체다. 둥지는 물질의 구성물이지만 물질의 차원을 넘어 생생하게 살아있는 건축물이다. 둥지 안에서 먼 마다나 강에서 먹이를 사냥하여 입에 물고 돌아오는 어미를 기다.. 2017. 9. 16.
2017 독서노트(48)다시, 혼불 "마음이 헛헛하면 혼불을 찾는다." 그네는 이제 아주 안 보이게 된 액막이 연이 어째서인지 자신의 몸만 같아서, 마치 저수지에 몸을 던진 인월 아짐처럼, 밤하늘의 복판 아찔한 수심속으로 깊이 빠져 잠겨들고 있는 것이 역력히 느껴졌다.명주실.이미 그네를 지상으로 잡아당길 명주실은 연 자새에서 다 풀리어 무엇에도 제 가닥을 걸어 볼 길 없이, 머리카락 한 올처럼 시르르 허공에 떠오르며 이윽고 흔적을 감추어 버렸다.무슨 액을 막으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 달 뜬 밤, 연을 띄우셨을까.강실이는 한숨을 삼킨다.한숨도 서걱서걱 얼어 있다.시리다.-제6권 85쪽- 부모와 자식은 한 나무의 뿌리와 가지여서, 우연히 어쩌다 태어난 것이 아니라, 조상의 염원이 어리고 세세생생의 인연이 지중하여 한 핏줄로 난다 하며, 설령 .. 2017. 9. 14.
2017 독서노트(47) 메리 엘렌 마크, 열화당 사진문고 서커스단 광대, 거리의 부랑자, 창녀, 집시, 노숙자 가족, 정신병동….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메리 엘렌마크의 사진작품 주제다. 그녀는 촬영을 시도하기위해 피사체와 친밀감을 형성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번은 한달 동안 정신병원에 머물며 병동에 있는 여자들을 촬영하기도 했다. 1968년에는 인도로 가서 사창가의 창녀들을 렌즈에 담기 시작했다. 처음에 사람들은 그녀에게 쓰레기를 던지기도 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나 그녀는 끈질기게 그 거리를 찾아갔고...마침내 한 여인이 차를 대접해준 것을 계기로 창녀들의 생활공간을 좀더 가까이에서 들여다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결국 원히는 사진들을 찍을 수 있던 것은 '진심'과 '끈기'가 아니었을까. 사진집에서는 이렇게 작가론을 설명하고 있다. "그.. 2017.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