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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697

2017 독서노트(73) 더러운 책상 박범신 작가의 자전적 소설. 작가가 작가가 되기 이전, 작가의 내밀한 자아를 들여다보는 기분이다. 나의 목젖 어딘가에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을, 시커먼 어둠속에서 눈을 번쩍뜨고 있을, 아직 꺼내지 못한 이야기. 해석하기 어려운 초음파를 보내는 내 원초적 자아와 마주하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다. 대문이 닫히고 나면 신작로는 일시에 텅 빈다.그가 무섭고, 더럽고, 수치스럽게 걸어온 젊은 날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 내가 평생 사랑했고, 또 가장 미워했던 열여섯 살의 그가 사용한 관뚜껑은, 말하자면 녹슨 함석이다.관뚜껑을 닫으면 그가 없다.그의 젊은 한시절이 모두 그럴 것이다.이 이야기는 바로 존재하지만 없는, 없지만 존재하는 그의 젊은 한시절에 대한 기록이다. 사랑했으므로 때론 눈물겹고 미워했으므로.. 2017. 12. 22.
2017 독서노트(72)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강상중의 책에 눈길이 가는 시기다. 직장생활 5년 차에 가까워지고 있다. 톱니바퀴처럼, 나사못처럼 끼어있는 내 모습을 본다. 잘 끼어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의 평가. 물밑에서 이뤄지는 평가 사이를 헤엄치며, 내 오리발은 빠르게 공기를 휘젓는다. 일이란 무엇일까.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 나다움을 표현하는 것. 김상중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일이란 사회의 일원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기 위한 입장권입니다. 이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구해야 하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최소한 이 입장권만은 꼭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35쪽- 사람은 사회에서 자기 자리와 역할 이외에도 일을 통해 구하고자 하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나다움'의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 2017. 12. 22.
2017 독서노트(71)오즈 야스지로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일본 영화감독 오스 야스지로의 작품 '동경이야기(Tokyo Story,1953)'는 세계 영화 감독과 비평가들로부터 세기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오스 야스지로는 이 작품에서 가족의 의미와 부모와 자식 간계, 인생의 고독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자식들을 만나고자 도쿄로 상경한 노부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하지만 부모를 반기지 않는 심드렁한 자식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카메라는 노부부의 쓸쓸한 뒷모습을 쫓는다. 이 영화를 보면 6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부모 자식 관계는 비슷한 것같다. 부모는 언제나 자식 생각을 하지만, 자식은 커가면 커 갈수록 부모를 멀리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자식은 부모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한없이 후회한다. 살아계실 때 좀 더 잘해 드릴 걸 하고 말이다. ' 갑자기 .. 2017. 12. 2.
2017 독서노트(70)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자서전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의 이름을 제대로 안 건 최근이다. 사실 오래 전 그를 만났다. 영화를 통해서. 그때는 몰랐다. 이 감독의 작품인줄은. '사람에게 추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 "당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소중한 추억을 하나 골라주세요"라는 대사가 잊혀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죽고나서 도착하는 중간역'림보'(?)에서 각자 소중한 추억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저마다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을 떠올린다. 그러면 림보의 직원들이 그 장면을 영화로 만들어 상영해준다.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때 일반인들을 찾아가 어떤 추억들을 떠올릴지 조사했다고 한다. 고등학생이던 시절 이 영화의 장면들을 굉장히 인상깊게 봤다. 내가 죽은 후 떠올릴 소중한 추억은 무엇일까. 물론 죽고나면 떠올릴 수 없.. 2017. 12. 2.
2017 독서노트(69)줄리아로스먼, 자연해부도감 줄리아 로스먼은 주변에 살고 있는 동식물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하다. 그녀는 우리말고도 다양한 생명체들이 우리 주변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책은 주변의 생명체는 물론 자연현상의 원리를 그림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사실 살기도 바쁜데 주변을 둘러보기란 쉽지 않다. 하물며 자연이라.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시선이 빼앗긴 나는 이 책을 보며 우리의 이웃이 사람만이 아니구나 새삼 깨닫는다. 나무의 나이 계산법, 새의 부리, 나비와 벌, 박쥐의 해부학, 일몰의 원리, 폭포, 구름의 종류…. 전혀 상상치 못했던 지식들이 한 권의 책들에 담겨있다. 오늘 동네마트에 가면서 갑천변을 지났다. 오리들이 헤엄치고 있는데 발을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한 바퀴를 도는지 관찰해 봤다. 물론 대충대충. 이 책을 읽고 나니.. 2017. 12. 2.
2017 독서노트(68)박범신 장편소설 <유리> 밑줄 그은 문장들 작가 박범신이 장편소설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된 후 최근 출간됐다. 일제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굵직한 사건들과 호홉하면서 주인공 '유리'는 방랑의 여정을 떠난다. 친일파였던 큰아버지를 총으로 쏴 죽이고 방랑의 길을 떠난 유리. 그가 쏜 총알은 우리 역사의 비극적인 단면을 처절하게 관통하며 피를 묻힌다. 이 작품은 딱딱한 역사소설이 아닌 흥미진진한 판타지 소설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소설에는 작가가 새롭게 이름을 붙인 나라들이 등장한다. 수로국(한국), 화로국(일본), 대지국(중국), 풍류국(대만) 이 그 예다. 이 4개 나라의 역사와 유리의 삶이 톱니바퀴처럼 얽혀며 580여쪽에 이르는 소설의 서사는 끝을 향해 숨가쁘게 달려간다. 주인공 '유리'는 제도와 억.. 2017. 12. 2.
2017 독서노트(67)농구만화 레전드 <슬램덩크>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일본 슈에이사의 만화잡지 에 연재된 농구만화의 레전드. 누계 판매량 1억 2000만부를 돌파한 일본만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에 대한 이야기다. 농구천재 강백호와 서태웅의 라이벌 관계. 고릴라를 닮은 채치수의 파워풀한 블로킹. 눈두덩이에도 살집이 두툼한 안 감독앞에서 울면서 농구가 하고싶다고 절규했던, 포기를 모르는 남자 정대만. 자기 때문에 팀이 졌다며 경기가 끝나고 서럽게 눈물을 흘린 강백호의 모습. 강백호가 농구를 시작하게 만들었고, 그를 순한 양으로 만드는 채소연. 숱한 이야기속에서 청소년기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줬던 슬램덩크. 감독님에게 영광의 순간운 언제입니까. 난 지금입니다. 이렇게 오그라드는 멘트조차 멋져보였던 강백호에 대한 향수. 너도 나도 농구공을 가지고 학교.. 2017. 11. 30.
2017 독서노트(66)루이스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앨리스가 먹은 케잌을 나도 먹을 수 있다면. 작은 키를 좀 더 키울 수 있다면. 물론 너무 커버리면 걱정이다. 너무 커버리면 회사 건물에도 못들어가겠지. 그러면 자연스레 출근을 못하지. 그러면 자연스레 안나갈수밖에. 무슨 상상을 하는거야. 루이스 캐럴의 는 특별한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토기를 쫓아 이상한 나라에 다다른 앨리스. 키가 커졌다 줄어들기도 하고, 슬픈 사연이 있는, 꼬리가 긴 쥐, 몸뚱이가 없는 고양이를 만나기도 한다. 집에 있을 때가 훨씬 좋았다고 말하지만, 이상한 나라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앨리스. "집에 있을 때가 훨씬 좋았어. 계속 커졌다 작아졌다 하지도 않고 쥐나 토끼가 이래라저래라 말하지도 않았잖아. 토끼 굴로 들어오는 게 아니었어. 하지만 그렇긴 해도...., 이렇게 사는 게 더.. 2017. 11. 13.
2017 독서노트(65)페루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 불안의 원인은 무엇일까? 김운하 작가의 책 를 읽으며 내 마음속 불안의 근원을 파헤칠 실마리를 얻었다. 책속의 책. 페르난두 페소아의 이 그 나침반이었다.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내 영혼의 깊은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알 수 없는 힘들이 갈등하고 있었다. 이때 나의 존재는 전쟁터였으며, 나는 알 수 없는 충돌때문에 몸을 떨었다. 잠을 깨는 순간 내 인생 전체에 대한 물리적인 구역질이 올라왔다. 살아야 한다는 공포감이 나와 함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모든 것이 공허한 듯하여 나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냉정하게 실감했다. 거대한 불안이 나의 사소한 몸짓까지도 얼어붙게 했다. 나는 광기가 아니라 바로 이 사소한 몸짓 때문에 미칠까 봐 두려웠다. 나의.. 2017.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