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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독서노트(62) 김애란 <바깥은 여름> 김애란 작가의 소설집. 그 중 단편. 처음엔 새 집을 구한 부부의 이야기, 우리 네 삶의 소소한 풍경을 그린 소설인 줄 알았다. 한동안 집이 생겼다는 사실에 꽤 어떨떨했다. 명의만 내 것일뿐 여전히 내 집이 아닌데도 그랬다. 이십여 년간 셋방을 부유하다가 이제 막 어딘가 가늘고 연한 뿌리를 내린 기분. 씨앗에서 갓 돋은 뿌리 한 올이 땅속 어둠을 뚫고 나갈 때 주위에 퍼지는 미열과 탄식이 내 몸안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퇴근 후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면 이상한 자부와 불안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어딘지 어렵게 도착한 기분. 중심은 아니나 그렇다고 원 바깥으로 밀려난 건 아니라는 안도가 한숨처럼 피로인 양 몰려왔다. 그 피로 속에는 앞으로 닥칠 피로를 예상하는 피로, 피곤이 뭔지 아는 피곤도 겹쳐.. 2017. 11. 11.
2017 독서노트(61)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 알쓸신잡2 장동선 내 속에 또 다른 내가 있다.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 왠지 익숙한 책 제목. 알쓸신잡2에 출연중인 뇌과학자 장동선의 책을 읽었다. 장동선은 '세상의 모든 뇌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2014년 독일 과학교육부 주관 과학 강연 대회 '사이언스 슬램'에서 우성하면서 유명해졌다. 이 대회는 전 세계 젊은 과학자와 수학자, 엔지어등이 모여 과학 커뮤니케이션 경연으로 치뤄진단다. 그에게는 어려운 주제도 친숙하게, 재미있게 설명하는 재주가 있나보다. 책는 일상의 호기심을 뇌과학으로 풀어준다. 인터넷에서 한창 논란을 일으켰던 케이틀린 맥닐의 옷 사진 색깔을 맞추는 문제. 이 옷은 흰색-황금색인가, 아니면 파란색-검은색인가하는 문제. 내 눈에는 흰색-황금색으로 보였다. 실제 이옷은 파란색-검은색.. 2017. 11. 11.
2017 독서노트(60)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알쓸신잡2 유현준 건축. 나를 세우는 일. 건물을 올리는 일. 월급을 올리는 일. 상대방을 존중하는 일. 무언가를 짓는 일. 다 어려운 것 같다. 가을 날 읽었다. --------------------------------------------------- 하나의 훌륭한 도시가 만들어지기위해서는 건축물도 중요하고 자연환경도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도시를 훌륭하게 완성하는 것은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이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삶을 담아낼 수 있어야 성공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삶은 도시환경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이런 면에서 홍콩의 도시 속에 널린 빨래를 쳐다보자. 그 건축물은 빈민촌에 가까운 풍경이지만, 빨래가 도시에 컬러를 입히고 생동감 넘치게 해 준다. 반면 우리나라의 아파트 단지들은 모두가 오피스 건.. 2017. 11. 9.
2017 독서노트(59)나는 왜 엄마에게 화가 날까(김반아, 박범준 지음) 제74회 독서모임 산책에서 책를 읽었다. 이 책은 '상처를 주고받는 엄마와 딸을 위한 치유프로젝트'라는 부제를 달았다. 책은 가깝고 가장 친한 관계인듯하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싸우고 갈등으로 얽히는 이 땅의 엄마와 딸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그 이유는 뭐고 해결책이 뭘지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엄마와 딸 말고도 다양한 인간관계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치유법이 담긴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새끼줄처럼 꼬여있는 감정줄을 어떻게 풀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공감이 갔던 부분은 '그 사람의 고유한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대목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 점이 참 어렵다. 어떤 사람의 모습을 볼 때 겉만 보고 속을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말도 마찬가지다. 말의 본뜻.. 2017. 11. 5.
2017 독서노트(58)호리구치 토시히데의 <커피교과서> "바디감이 좀 있는 커피에요. 맛있어요." 동네카페에 갔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바디감이 뭘까. 뭔가 맛이 육중하다는 뜻일까. 보통 카페에 가면 아메리카노를 시켜먹지만 가끔 생전 처음들어보는 커피를 시킬 때가 있다. 또 가끔은 드립커피를 달라고 한다. 맛에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데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려웠다. 일본의 커피장인 호리구치 토시히데의 책 를 보다가 '커피의 평가' 부분에 주목했다. 커피의 맛을 세분화해서 평가하는 것인데 항목이 11개나 됐다. 이 항목에 근거해 0.25 점 단위로 점수를 매기고 한 항목을 10점 만점으로 한다고 한다. 특히 '산미' 부분이 인상적인데 커피의 맛을 다양한 느낌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운한, 잘 정돈된,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연한, 온화한, 신선.. 2017. 11. 5.
2017 독서노트(57)한국의 자연유산 천연기념물의 역사와 그를 둘러 싼 이야기 사람이 본래 가진 마음, 태어난 순간의 마음씨를 '천연기념물'처럼 지정해 보호 할 수 있다면. 천연의 것. 자연. 그대로의 마음씨. 살면서 언제 어떻게 변화하거나 변질될지 알 수 없기에. 그 태초의 마음씨를 돌볼 수만 있다면. 삶이라는 희로애락의 긴 여정속에서 마음을 다 잡고 살기 어렵다. 증오와 분노, 사랑과 설렘, 화남과 삭힘, 그리움과 사무침, 미움과 무관심. 숱한 감정의 무늬가 새겨져 있는 사람의 마음. 아름다울 때도 추할 때도 있는 그 마음. 추함과 아름다움 이전의 마음을 보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수류산방에서 나온 책를 읽었다. 천연기념물이 무엇인지. 어떤 게 천연기념물이 될 수 있는지. 나도 주변의 자연을 관심있게 지켜보면서 천연기념물로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 멀게만 느껴졌던 천연기.. 2017. 11. 5.
밥상 모퉁이 밥상의 모퉁이. 각진 모서리.그 끝으로부터 1m 뒤에 , 빈 그릇, 먹다 남은 음식 저 멀리어느 식당 룸 벽 쪽 구석에내가 있다. 나의 현재 위치이며 현주소다.집주소를 알고 있지만, '나'의 '주소'를 모른다.내가 어디에 있는지. 나를 찾아갈 수 있는 주소를 모른다. 있기나 한건지. 내가 없는 것 같다.처음부터 먼지였으면 좋으련만 사람이었다가 먼지가 된 기분이다.밥상의 모퉁이. 밥상의 모서리 꼭지점보다 작은 내가 있다.때론 자신감과 자존감이 밥상 밑에 굴러다닌다. 밥상의 그림자 속에서. 소주병 뚜껑처럼. 나는 무엇을 잘 할까. 잘하기나 했을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하고자 했던가.어떤 자리에 있을가. 어딘가에 있을까. 어딘가에 있기나 할까.꿈을 이루거나, 꿈을 향해 정진하고 있는 사람들, 무언가.. 2017. 11. 4.
2017 독서노트(56)18세기 조선의 일상과 격조, 바라만봐도 아름다운 책이라.. 바라만 봐도 아름다운 책이다. 이 책은 2007년 7월 19일부터 8월 27일까지 뉴욕 UN본부에서 개최된 전시 'Traditional Korean Crafts'의 도록이다. 당시 전시는 한국공예문화진흥원과 주 국제연합 대한민국대표부 공동주관으로 열렸다.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공예 작품을 바라보며 황홀경에 빠져보시라. 책을 펼치니 꽃이 피어있네. 2017. 11. 2.
바람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 되고싶다말을 하지 않는 바람이 되고 싶다손에 잡히지 않는 바람이 되고 싶다부드럽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냥 바람이 되고 싶다저 높이저 낮은 곳으로저 높이보다 높이하늘이 아닌 곳으로우주가 아닌 곳으로바람이 되어 떠나고 싶다 2017.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