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510 2017 독서노트(76) 문봉선의 강산여화 백두대간 와유 책일까? 화집일까? 보통 책 크기보다 훨씬 긴 범상치 않은 자태. 문봉선의 강산여화 백두대간 와유. 문봉선은 길이 150m에 이르는 작품을 통해 우리 땅의 등줄기 '백두대간'의 풍경을 아름답게 담아냈다. 화집을 디자인한 이의 배려가 느껴진다. 수려한 산수화가 그려진 병풍처럼 세워놓고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여백의 미와 백두대간의 세세한 풍경을 신선같은 필치로 담아낸 그림들. 신선이 노니는 무릉도원이 펼쳐진다. 그야말로 백두대간을 누워서 유람할 수 있다. 백두대간 위를 훨훨 나는 기분. 2017. 12. 27. 2017 독서노트(75)연탄길 첫번째 추억속의 베스트셀러. 이철환 작가의 . 고등학교 시절 이후 거의 15년만에 다시 읽었다. 가슴 뭉클한 감동이 밀려온다. 책 속의 따뜻함과는 사뭇 다른, 차가운 현실을 피부로 느끼면서. 이야기속을 거닐다 특별한 문장 앞에서 스스로의 생활을 되돌아본다. 사람들은 마음속에 유리 조각을 꽂아 놓고 모르는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경계한다. 심지어는 친한 사람들의 속마음까지도 실눈을 뜨고 경계할 때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다. 우리 자신이다.-112쪽- 어두운 밤바다와 같은 인생에서 표류할 때마다 두고두고 바라볼 먼 불빛, 아버지, 아버지.....-171쪽- 2017. 12. 27. 2017독서노트(74)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 밑줄 인간사회에서 누구든, 개인이든 집단이든, 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국가가 그 사람의 의지에 반해서 권력을 사용하는 것도 정당하다. 이 단 하나의 경우 말고는, 문명사회에서 구성원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권력행사도 정당화할 수 없다.-53쪽 / 존 스튜어트 밀 인용 부분- 일부 권력자들의 심각한 오용때문에 대한민국에서는 '법치주의'라는 말이 큰 오해를 받고 있다. 법치주의는 법률과 형벌로 국민을 다스리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법치주의는 법률과 형벌로 국민을 다스리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법률과 형벌로 국민을 다스리는 것은 권력 그 자체의 속성이기 때문에 어떤 주의(主義.. 2017. 12. 25. 2017 독서노트(73) 더러운 책상 박범신 작가의 자전적 소설. 작가가 작가가 되기 이전, 작가의 내밀한 자아를 들여다보는 기분이다. 나의 목젖 어딘가에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을, 시커먼 어둠속에서 눈을 번쩍뜨고 있을, 아직 꺼내지 못한 이야기. 해석하기 어려운 초음파를 보내는 내 원초적 자아와 마주하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다. 대문이 닫히고 나면 신작로는 일시에 텅 빈다.그가 무섭고, 더럽고, 수치스럽게 걸어온 젊은 날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 내가 평생 사랑했고, 또 가장 미워했던 열여섯 살의 그가 사용한 관뚜껑은, 말하자면 녹슨 함석이다.관뚜껑을 닫으면 그가 없다.그의 젊은 한시절이 모두 그럴 것이다.이 이야기는 바로 존재하지만 없는, 없지만 존재하는 그의 젊은 한시절에 대한 기록이다. 사랑했으므로 때론 눈물겹고 미워했으므로.. 2017. 12. 22. 2017 독서노트(72)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강상중의 책에 눈길이 가는 시기다. 직장생활 5년 차에 가까워지고 있다. 톱니바퀴처럼, 나사못처럼 끼어있는 내 모습을 본다. 잘 끼어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의 평가. 물밑에서 이뤄지는 평가 사이를 헤엄치며, 내 오리발은 빠르게 공기를 휘젓는다. 일이란 무엇일까.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 나다움을 표현하는 것. 김상중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일이란 사회의 일원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기 위한 입장권입니다. 이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구해야 하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최소한 이 입장권만은 꼭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35쪽- 사람은 사회에서 자기 자리와 역할 이외에도 일을 통해 구하고자 하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나다움'의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 2017. 12. 22. SNS 겨울들판에서 제자리에 있다는 건 꽤나 우울한 일이다. 제자리를 찾아가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제자리에 없다는 건 꽤나 허전한 일이다. 제자리 너머 달려가는 사람들과 제자리에 있는 나를 비교하는 건 꽤나 슬픈 일이다. 웃고 싶지 않아도 나도 모르게 웃고 있는 건 꽤나 사회생활스러운 일이다. 페이스북이 일기장이 되지 못하는 건 꽤나 괴로운 일이다. sns는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본래의 내가 점점 사라지는 소멸의 도구일지도. 전시용 나, 꾸밈과 장식을 한 내가 온라인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 타인과 친구맺기는 되도 내 자신과 친구맺기가 되지 않는 페이스북. 그래도 중독처럼 뉴스피드를 넘기며 소소하게 웃는다. 재밌기는하다. 엄지손가락으로 타인의 이야기를 넘겨본다. 머리칼을 습관적으로 넘기듯이. 제자리보다 좀더 평소보.. 2017. 12. 21. 해남땅끝 남도명품길 달마고도(1) 꽃은 시들어도 길은 시들지 않는다 꽃은 시들어도 길은 시들지 않는다. 천년의 세월을 품은 '달마고도(達摩古道)'가 내게 준 가르침이다. 11월 18일 해남군 송지면 천년고찰 '미황사(美黃寺)'가 사람들로 북적였다. 여행문화학교 산책(대표 김성선)이 기획한 달마고도 개통기념 걷기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배낭을 앞 뒤로 두 개나 멨다. 앞에는 뱃살, 뒤에는 작은 가방. 미황사를 출발하는 달마고도 제1코스를 따라 흙길을 밟았다. 사뿐사뿐 걷다가도 길 움푹패인 곳에 뱃살을 받힘돌로 끼워 놓고 싶었다. 그러다 묵묵히 걸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은채 정성스레 길을 닦은 이들의 마음을 떠올리면서. "달마고도는 1268년 전 저 멀리 인도 우전국에서 부처상과 경전을 모시고 온 길입니다. 땅끝 사람들이 미황사를 찾아오기도하고, 저 월성 장에 가는 .. 2017. 12. 10. 2017 독서노트(71)오즈 야스지로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일본 영화감독 오스 야스지로의 작품 '동경이야기(Tokyo Story,1953)'는 세계 영화 감독과 비평가들로부터 세기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오스 야스지로는 이 작품에서 가족의 의미와 부모와 자식 간계, 인생의 고독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자식들을 만나고자 도쿄로 상경한 노부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하지만 부모를 반기지 않는 심드렁한 자식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카메라는 노부부의 쓸쓸한 뒷모습을 쫓는다. 이 영화를 보면 6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부모 자식 관계는 비슷한 것같다. 부모는 언제나 자식 생각을 하지만, 자식은 커가면 커 갈수록 부모를 멀리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자식은 부모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한없이 후회한다. 살아계실 때 좀 더 잘해 드릴 걸 하고 말이다. ' 갑자기 .. 2017. 12. 2. 2017 독서노트(70)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자서전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의 이름을 제대로 안 건 최근이다. 사실 오래 전 그를 만났다. 영화를 통해서. 그때는 몰랐다. 이 감독의 작품인줄은. '사람에게 추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 "당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소중한 추억을 하나 골라주세요"라는 대사가 잊혀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죽고나서 도착하는 중간역'림보'(?)에서 각자 소중한 추억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저마다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을 떠올린다. 그러면 림보의 직원들이 그 장면을 영화로 만들어 상영해준다.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때 일반인들을 찾아가 어떤 추억들을 떠올릴지 조사했다고 한다. 고등학생이던 시절 이 영화의 장면들을 굉장히 인상깊게 봤다. 내가 죽은 후 떠올릴 소중한 추억은 무엇일까. 물론 죽고나면 떠올릴 수 없.. 2017. 12. 2. 이전 1 ··· 139 140 141 142 143 144 145 ··· 2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