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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에세이/직딩라이프

불안과 불안정 불안과 불안정 사이에서 위태롭고 우울한 표정으로지하철을 기다리는 그림자면도를 하고 로션을 발라도 까끌까끌한 현실봄은 꽃잎을 죄다 뱉어내기 시작하고담배 한 대 피우지 않는 가슴은가끔씩 터지려고 해 바늘에 찔린 풍선처럼빵~빵야~빵야~빵야꽃망울 대신 욕망으로 목젖에 매달려 그네를 타는 언어들모르게 쑹 입술밖으로 내 던지는 가시들살아간다는 것이 이따금 그럴테지
가끔 나사못 가끔 나사못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직장생활을 하다보면언제든 똑같은 나사못으로 대체가능한언제나 드라이버로 풀러낼 수 있는문든 그런 생각을 해
월급이 영면하셨습니다 물론, 축하해. 정말이야.결혼의 계절,매월 월급에 수의를 덮어주네..오랜만에 스마트폰 액정에 뜬 이름.난 짐작하지.미안해하지 않아도 돼.그것때문에 전화한 거 알아.그럴 수 있지.나도 안 그런다고 장담할 순 없잖아.그러려니.올해도 그러려니.뭐 그럴 수 있지.나도 훗날 전화할 수도 있어.그러니 뭐 서로서로 쌤쌤.
사람의 뒷모습에 배터리 잔량 표시가 있다면 사람의 뒷모습에배터리 잔량표시가 있다면.그 사람이 기운빠졌다는 걸 알고어깨를 토닥여주거나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거나용기를 북돋워주거나 이런게 쉬워질까.어떤 이의 뒷모습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지않을까.뒤돌아설때 어쩔 수 없이 보이고 마는 뒷모습에그 사람의 고뇌와 고민이 잠깐 동안이라도 표시된다면.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갈때 등짝이 형광등처럼 불이 들어온다면.그냥 상상해본다.
시지프의 신화와 지하철 출퇴근 직딩의 지하철 출퇴근은 시지프의 신화와 서로 통하는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출근하는 모습을 생각하다 문득 시지프가 생각났다.바위를 정상까지 밀어올리면, 바위가 굴러떨어지는 패턴이 무한 반복된다.시지프는 죄값을 치루고, 직딩은 왔다리갔다리 출퇴근을 한 대가로 월급을 받는다.직딩에게는 하나의 일이 끝나면 또 다른 일이 산더미처럼 쏟아진다.그 일은 시지프가 밀어올렸던 큰 바위만할듯.
면도와 가위와 더럽게 사는 30대 직딩. 광고처럼 전기면도기로 날카로운(?) 턱선의 털을 밀고 싶지만. 가끔은 1회용 면도기와 좀더 비싼 면도기를 쓴다. 콧털을 자를 때는 작은 가위를 쓴다. 손톱깎기 세트에 들어있던 가위다. 세수를 하고 거품을 묻히고 면도를 한다. 가끔 급하게 하다가 피를 보기도 한다. 날카로운 날에 쓰윽 잘리는(?) 살. 얼굴에 밑줄을 긋는 거지 뭐. 10분도 안돼 출근 전 씻기 끝. 피부를 외면한채 옷을 입는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것들. 아침의 흔적.
맥주 한 캔 직딩의 행복은 별 것 없다.퇴근길 터벅터벅.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 맥주 앞에서 두리번 두리번.오늘은 이 맥주다!정했으면 집어든다.카드를 꺼내 결제.아차 하나 빼먹었다.치즈.소세지.봉지에 넣어 집으로 다시 터벅터벅.문을 열고 들어가 불을 켠다.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드디어.맥주 캔 따는 소리.똑~딱~쏴아~목구멍으로 시원한 파도.맥주 한 캔의 행복.이 밤의 끝을 잡고.노래 가사를 읊조리며맥주를 벌커 벌컥.의미없이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리다바로 끈다.천장을 몇 초간 바라보다가눈을 감는다.눈을 감고 있다가다시 터벅 터벅.스위치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불을 끈다.취침.
정처없는 여행길, 어디로 흘러가든 냅두리라 기차여행을 하며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본다.저 멀리 산 능선이 우리네 인생의 굴곡처럼 보인다.내게는 열정의 굴곡이 더 맞겠다.한 번 쯤 자신의 삶을 멀찌감치에서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 아직 내 삶은 뒤돌아 볼 것도, 굴곡도 많지 않아 때론 밋밋한 풍경이다.정상을 찍어 본 적은 없고 산허리를 따라 돌아다닌 느낌이다. 가시에 찔리거나 꽃을 밟거나 나뭇가지에 부딪히거나 돌부리에 발이 걸린 정도.때론 무릎이 까지기도 마음이 까지기도 했다. 저 산 능선 너머 희뿌연 또 하나의 능선.그 뒤에 엷은 한산 세모시같은 능선. 그 너머로 아주 희미한 어린시절.그 옆에 뭉개진 내 턱선 같은 능선.하늘과 맞 닿아있는 산 능선들, 삶의 굴곡들.달리는 기차안에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특별한 계획도 없이 기차에 올랐다.눈은 쌓이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