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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719

백석의 시 '고향', 나의 고향은 김치통을 열면... 백석의 시 '고향'을 좋아한다. 손목을 이유없이 어루만져 보았다. 맥박이 뛰는 자리에서 고향의 숨소리를 엿 듣기도 했다. 옛날 고향집에서 키우던 개의 이마가 만져지는듯도 했다.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넌즛이 웃게 되는 구절이다. 먼데 산을 보고싶어지고, 고향의 넉넉한 들판이 떠오르기도 하더라. 나의 고향은 냉장고속 김치통 안에 있다. 어머니가 맨손으로 김치를 담그시고, 뒤적거리고, 양념을 묻히고, 아들 생각을 했을 터이다. 김치통 뚜껑을 열면 고향집 거실 천장이 열렸으면 좋겠다. 그안에 배를 반쯤 드러내고 TV를 보고 있는 아버지. 곁눈질하며 이 인간, 이 인간을 찾기 직전의 오마니.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양말, 팬티. 그 모든 풍경이 보였으면 좋겠다. 김.. 2016. 1. 21.
열등콤플렉스, 미움받을 용기 열등감 자체는 그다지 나쁜 게 아닐세. 이것은 이해했지? 아들러도 말했듯이 열등감은 노력과 성장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 가령 학력에 열등감을 느껴 "나는 학력이 낮다, 그러니 남보다 몇 배 더 노력하자"라고 결심한다면 도리어 바람직하지 않나.하지만 열등콤플렉스는 자신의 열등감을 변명거리로 삼기 시작한 상태를 가리킨다네. 구체적으로는 "나는 학력이 낮아서 성공할 수 없다"라고 하거나 "나는 못생겨서 결혼을 할 수가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지.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A라서 B를 할 수 없다"라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이미 열등감의 범주를 벗어난 걸세. 그건 열등 콤플렉스지.-94쪽, 미움받을 용기- 그렇지. 정말로 자신 있는 사람은 자랑하지 않아. 열등감이 심하니까 자랑하는 걸세. 자신이 우월하.. 2016. 1. 21.
올게심니, 이젠 없는 것들 "올게심니는 집 안, 안채 대청마루 기둥에 걸려 있던 그 무엇이다. 옛 사람들은 집 안에 곧잘 무언가 물건 가지를 앉혀 두거나 모셔 두거나 또는 걸어 두곤 했는데, 올게심니도 그중 하나다. 음력 그믐날 쳇바퀴가 걸리곤 했던 그 기둥 자리에, 옛날 같으면 올게심니가 집집마다 거의 빠짐없이 걸려 있었다. 그것도 여보란 듯이 매우 높다랗게 매달려 있었다. 아니, 섬겨지고 모셔지고 있었다고 하는 게 더 옳겠다. 벼를 비롯해 조, 수수 등의 곡식을 목 베어다가 엮어놓은 것이 다름 아닌, 올게심니였다. 물론 예사 낟알을 달아놓았던 건 아니다. 논 전체를 두고, 또는 밭뙈기 전체를 두고 가장 잘 여물고 가장 잘 익은 곡식알이 붙은 이삭이라야 비로소 올게심니가 될 자격이 있었다. (중략)왜 그랬을까? 이를테면 '곡물 .. 2016. 1. 20.
반짝 반짝 날개달린 작은 별, 별이 빛나는 밤 나는 새장안에 갇히 작은 새 같다.아득히 멀고 넓은 하늘을 향해 날기를 갈망하는. -별이 빛나는 밤, 지미 리아오 / 몇 쪽인지 모른다. 이 책에는 쪽수가 없다- 밤새 그 애의 창에서 새어나오는 빛은때로는 어두운 밤바다 위의 등대 같고,때로는 인간 세상에 떨어진 별 같다. -별이 빛나는 밤, 지미 리아오 / 몇 쪽인지 모른다. 이 책에는 쪽수가 없다- 진한 안개가 걷히길 기다리면, 곧바로 가장 아름다운 별밤을 바라볼 수 있다. -별이 빛나는 밤, 지미 리아오 / 몇 쪽인지 모른다. 이 책에는 쪽수가 없다- 일을 마치고 자취방에 들어왔다. 방바닥에 차가운 얼음같은 낙엽이 깔려 있었다. 보일러를 돌린다. 자취방의 분홍빛 심장에 따뜻한 피가 돌기 시작한다. 지미 리아오의 동화 '별이 빛나는 밤'을 펼쳐보다가... 2016. 1. 20.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밑줄 긋기, 사피엔스, 사피엔스 내가 '인간'이라는 점이 신기하다. 생각하고, 예측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분노하고….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시시콜콜한 질문을 던져보지만 답은 나오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일하고 퇴근하고 밥먹고 똥싸고. 이런 일상의 반복속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꿈'을 곱씹으며 잠자리에 든다. 내 눈으로 세상을 보고, 내 몸으로 감각을 느낀다. 이게 참 신기하다. 내나 나로써 살다가 죽음에 이르게 되리라는 생각에 두렵기도 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현실의 소소한 행복 또는 작은 불행들 사이에서 삶은 계속된다. 그런 와중에 인간의 역사를 들여다볼 시간도 없다. 복잡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산다는 것만으로도 복잡하다. 인간의 역사와 미래, 인간이 만들어갈 밝거나 어두운 미래를 예측할 여력이 나지 않는다. 큰 .. 2016. 1. 17.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밑줄 긋기, 비오는 날 카페에서 독서모임 산책을 앞두고 책 한권을 펼쳤다. 책제목은 . 부부가 시골로 내려가 자연과 사람, 책이 어우러진 책 공간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숲속의작은책방'.빗소리를 듣고 꽃내음을 맡으며 책장을 넘길 수 있는 특별한 문화공간. 숲속의작은책방. 바람이 불면 바람이 책 구석구석 글자 한 획 한 획을 스치듯 지나가는 공간. 하룻밤 묵어가며 주인장과 도란도란 책과 삶 이야기를 꽃피울 수 있는 공간. 애서가들이 품고 싶어하는, 꿈같은 공간을 만든 부부의 이야기가 책속에 담겨있다. 무엇보다 개성있는 전국 책방 탐방기와 동네서점 운영에 관한 진지한 고민들, 동네책방 운영자들의 철학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마침 라는 KBS 책 프로그램에서 '나의 아름다운 작은 책방'을 다뤘다. 함께 보면 좋을 듯 하다. 비오는 날 동.. 2016. 1. 17.
철학자 한병철의 <에로스의 종말> 밑줄 긋기 이미지 출처 : 문학과 지성사 홈페이지 책 제목이 관능적이다. 다홍빛 표지도 잘 어울린다. '에로스의 종말'을 읽었다. 어렵다. 곱씹어서 읽어야 할 책이다. 일단 밑줄 남기고 도망가야지. 책을 읽었지만 읽지 못했다. 읽은 척 하느라 밑줄 남기고 도망가는 것이다. '넌 할 수 있어'라는 구호는 엄청난 강제를 낳으며 성과주체를 심각하게 망가뜨린다. 성과주체는 자가 발전된 강제를 자유라고 여기며, 강제를 강제로 인식하는 데 실패한다. '넌 할 수 있어'는 심지어 '넌 해야 해'보다 더 큰 강제력을 행사한다. 자기 강제는 타자 강제보다 더 치명적이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에게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적 체제는 자신의 강제 구조를 개개인이 누리고 있는 가상의 자유 뒤로 숨긴다. 그 속에서 개개.. 2015. 11. 27.
책 <펭귄과 리바이어던> 밑줄, 협력은 어떻게 이기심을 이기는가? 사람들 중 절반은 체계적으로, 의미심장하게, 예측가능하게 협력적으로 행동한다. 그들 중 일부는 조건부로 협력한다. 즉 친절은 친절로 갚고, 못된 행동은 못된 행동으로 갚는다. 하지만 희생이 따르더라도 무조건적으로 협력하는 이타주의자들도 있다. 중요한 점은 상당히 다양한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실험에서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통제된 조건 하에서 조사한 어떠한 인간사회에서도 과반수의 사람들은 시종일관 이타적으로 행동했다. 실험실의 연구 결과로서는 썩 괜찮은 결과이다. 그런데 이것이 실제 일상생활에서는 무엇을 의미할까? 많은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위계적인 비즈니스 모델부터 징벌적인 법률 시스템, 교육에 대한 시장 기반의 접근 방식에 이르기까지 현존하는 인간의 사회, 경제 시.. 2015. 11. 26.
다니엘 핑크 책<새로운 미래가 온다> 밑줄 '풍요'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필요 이상의 물질적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만족, 심지어 과다 만족을 선사했다. 그 결과 아름다움과 인간의 감정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졌고 사람들에게 정신적 의미를 찾도록 만들었다. -72쪽- 하이컨셉은 예술적·감성적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트렌드와 기회를 감지하는 능력, 훌륭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능력, 언뜻 관계가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들을 결합해 뛰어난 발명품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하이터치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인간관계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 한 사람의 개성에서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를 도출해내는 능력, 평범한 일상에서 목표와 의미를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78쪽- 레이와 앤더슨은 문화적 창의성을 갖춘 사람.. 2015.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