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732 박범신 장편소설 <주름>, 내가 밑줄 그은 문장 "이 소설 을 단순히 부도덕한 러브 스토리로만 읽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시간의 주름살이 우리의 실존을 어떻게 감금하는지 진술했고, 그것에 속절없이 훼손당하면서도 결코 무릎 꿇지 않고 끝까지 반역하다 처형된 한 존재의 역동적인 내면 풍경을 가차 없이 기록했다고 여긴다.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언제나 단두대를 준비해두고 있다." - 박범신 작가의 말- 작가 박범신이 스스로 참 추억이 많은 소설이라 밝혔던, 장편소설 '주름'을 읽었다. 이 소설은 작가가 1999년 발표한 장편소설 '침묵의 집'을 두 번에 걸쳐 분량을 줄이고, 표현을 다듬어 개작한 작품이다.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주름은 '피부가 쇠하여 생긴 잔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작가가 말한 '시간의 주름살'이란 무엇일까. 시간의 피부가 쇠.. 2015. 7. 2. 최규석 만화 '송곳', 인상깊은 구절 화제를 모은 네이버 웹툰 '송곳'. 투명 비닐에 쌓인 송곳 3권이 집에 도착했다. 단숨에 읽어내려갔다가 이곳에서 멈췄다. 최규석의 만화로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봤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세상 어디에나 '송곳' 같은 존재가 있기마련이다. 양심을 찌르는 '송곳', 불합리에 항거하는 '송곳'…. "조직은 계약서에 적힌 규칙과 통제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일에 대한 책임감, 동료에 대한 연민과 우정, 조직에 대한 소속감, 인간의 선함과 약함에 기댄 관행들을 제거하면 조직은 멈춘다. 합리성을 강요하는 모든 조직은 비합리적인 인간성에 기대한다." -3권 73페이지- 2015. 6. 14. 박경리 토지 1권 밑줄그은 문장 박경리의 '토지' 최근 21권에 이르는 토지를 중고로 구매했다. 소포 상자를 연 순간, 엄두가 안났다. 언제 다 읽지.... 토지 제1권을 펼쳤다.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했다. 이 곳에 이르러 나는 '토지'의 문장에 빨려들어가고야 말았다. "팔월 한가위는 투명하고 삽삽한 한산 세모시 같은 비애는 아닐는지, 태곳적부터 이미 죽음의 그림자요, 어둠의 강을 건너는 달에 연유된 축제가 과연 풍요의 상징이라 할 수 있을는지. 서늘한 달이 산마루에 걸리면 자잔한 나뭇가지들이 얼기설기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소복 단장한 청상의 과부는 밤길을 홀로 가는데-팔월 한가위는 한산 세모시 같은 처량한 삶의 막바지, 체념을 묵시하는 축제는 아닐는지, 우주 만물 그 중에서도 가난한 영혼들에게는. 가을의 대지에는 열매를 맺어놓고 .. 2015. 5. 26.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독서노트 제주도. 학창 시절 수학여행지다. 그때 뭘봤는지 기억은 잘 안난다. 배를 타고 갔고, 섬에 내렸고, 한라산 언저리에서 맴돌았지. 결혼하면 신혼여행을 위해 제주도에 갈지도. 그렇게 제주도라는 아름다운 섬은 두루뭉실한 존재였다. 그러나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제주도 편'을 읽고 든 생각은. 한 팔 뻗쳐. "제주도야~!! 미안하다~!!!" 다랑쉬오름, 용천동굴, 만장굴, 용눈이오름, 해녀, 돌하르방.... 제주도가 간직한 자연과 사람, 그 풍성한 이야기에 매료되고 말았다. 특히 2007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제주도의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이야기는 제주도의 가치를 새삼 일깨워줬다. 다음은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앞서 세계자연보전연명이 작성한 제주도 실사보고서중 일부를 옮긴 것이다. "제주도는 120만 년.. 2015. 1. 31.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독서노트 책 박웅현 씨의 창의적인 사고와 날카로운 안목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다음은 책속에 등장했던 인상깊었던 글귀를 무작위로 옮겨 적은 것이다. -------------------------------------------------------------------------------------------------------------------------- 1. 도종환의 시 '봉숭아' 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 속에, 내가 네 꽃잎 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이리 오래 지워지지 않는 것이냐 그리움도 손끝마다 핏물이 배어 사랑아 너는 아리고 아린 상처로 남아 .. 2015. 1. 21. 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고, 밑줄 그은 문장 김훈과 박래부가 맨땅을 맨발로 돌아다니자는 마음으로 기록한 문학지도. '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고-김훈, 박래부의 문학기행 하나'를 펼치고, 읽다가, 262쪽에 이르러 무언가 가슴 한 구석에 눈물이 젖어드는 것 같았다. 이 느낌의 정체는 뭘까. '청개구리가 나무에 앉아서 운다 / 내가 큰 돌로 나무를 때리니 / 뒷다리 두 개를 펴고 발발 떨었다 / 얼마나 아파서 저럴까? 나는 죄될까봐 하늘 보고 절을 하였다.' 놀이가 마땅하지 않는 산골 아이가 무료에 겨워 무심히 장난질 한 뒤의 놀람과 후회의 마음이 아름다운 감수성으로 전해지는 이 시의 필자는 당시 3학년이던 백석헌군이다. 산문집 ' 우리도 크면 농부가 되겠지'에서의 그는 버섯의 일종인 '후래기'를 무섭고 깊은 산에서 딴 후 그 돈으로 소주 한 병을.. 2014. 2. 16. 꽃이 시드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나요 '꽃이 시드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나요?'책'인생기출문제집'에서 황경신 작가(PAPER 편집장)는 위 질문을 던졌다.작가는 헤르만헤세의 편지글을 인용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꽃병 속에 꽂힌 채 시들어가는 백일홍을 관찰해보라.' 그의 편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황홀하던 빛이 섬세해지고 지쳐 부드럽게 바래가는 모습을 보라. 오렌지색에서 노란색으로, 다시 회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라. 지친 꽃잎의 가장자리에 주름이 지는 모습을, 고개를 떵ㄹ어뜨리는 모습을, 호소하듯 슬픈 빛을 띤 붉은 잿빛을, 낡은 수채화의 빛깔을 보라, 꽃 잎 뒤의 그늘을 보라, 죽음이 일어나는 순간을 보라, 꽃들의 세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잃어버린 색들을 보라.' -책144쪽, 헤르만헤세의 편지에서 인용한 글-" 2014. 2. 11.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밑줄 그은 문장들 주말에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었다. 유시민의 내면의 기록인 이 책에는 그의 삶에 대한 생각들이 진솔하게 녹아 있다. 특히 보수와 진보, 정치, 삶의 방식에 대한 그의 생각은 곱씹어볼 만하다. "나는 진보주의와 보수주의에 대한 '생물학적 접근법'을 좋아한다. 생물학적 접근법에 따르면 진보주의란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이다. 이러한 의미의 진보주의자는 생물학적으로 부자연스러운 또는 덜 자연스러운 생각과 행동을 한다. 생물학적으로 부자연스럽다는 것은 '진화가 인간에게 설계해놓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가족과 친척이 아닌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을 자발적으로 내놓는 것은 기.. 2014. 2. 8. 알랭드 보통의 인생학교 섹스편, 나탈리냐, 스칼렛이냐? 알랭드 보통의 인생학교-섹스편을 읽고서 정리한 내용이다. CHAP 3. 알랭드보통은 독일의 미술사학자 빌헬릉 보링거의 논문 '추상과 감정이입'을 소개하며, 우리가 어느 특정 미술작품이나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를 설명한다. 보링거는 논문에서 우리는 누구나 성장하면서 내면의 무언가가 결여된 채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나름의 좌절, 불안정한 상태가 성격을 형성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를 통해 형성된 자기 안의 약점과 결함이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호감과 반감의 취향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이 같은 논문내용을 재해석하며 알랭드 보통은 독자로 하여금 유독 한쪽에만 마음이 끌리는 이유는 그 대상이 자신의 결핍을 채워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한다. 1. 성적취향을 결정하는 심리적 내력 "우리는 내면의 결함을 .. 2014. 1. 28. 이전 1 ··· 59 60 61 62 63 64 65 ··· 8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