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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719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소장하고 싶은 책 ▲ 도서관에서 빌려 봤더니 수많은 사람들의 손때가 책 표지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대부분 도서관의 좋은 책들은 이렇게 손 때가 많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술사학자 혜곡 최순우(1916~1984)의 저서 를 7년 만에 다시 읽었다. 그때는 그저 책 소개 프로그램에 나온 유명한 책이라 읽어 본 것이었지만, 눈오는 날 다시 읽어보고는 소장하고 싶은 충동이 온 몸을 휩싸고 돌았다. 책의 진가를 7년이 흐르고 나서야 깊이 깨닫게 된 것이다. 이렇게 수려한 문장으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깊은 애정을 느끼해 주는 책이 또 있을까. 우리의 문화유산 이야기를 들려주는 혜곡 선생의 빼어난 문장을 읽어내려 가노라면, 그 감동이 혈관을 흐르다가 몸 구석구석에서 팔딱팔딱 맥박질한다. 1. 빼어난 문장으로 한국적인 아름다움.. 2012. 12. 12.
김동영 여행에세이와 초코우유 김동영씨의 책 . 여행에세이. 책 표지의 말을 빌리자면, 이 책은 '가질 수 없는 것,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청춘의 몸부림이여 사무치도록 꿈꾸어왔던 것들을 죽도록 따라가는 서른 즈음의 찬란한 기록'이다. 작가는 음악작가 일을 하다가 방송국으로부터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고 호기롭게 미국행을 결심했다. 있는 것을 다 털어 비행기 표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닐 자동차를 산 다음, 서른 살의 자신에게 선물했다. 그는 그렇게 훌훌 벗어던지고 여행을 떠났고, 이 여행에세이는 그 찬란한 순간을 담은 기록이다. 책 제목 는 꼭 책을 읽는 독자한테 던지는 말인양 가슴에 박힌다. 여행 유전자를 흔들어 깨운다. 책은 묘지걷기, 원 나잇 스탠드, 심술쟁이, 벼룩시장의 소년, 돈돈돈, 여행중에 얻은 휴가, 고백적인 여행, 혼.. 2012. 12. 11.
김훈 기행산문집<풍경과 상처>, 문장맛 느껴보시라 김훈의 기행산문집. 이 책을 읽는 기쁨은 문장맛을 천천히 음미하는 재미에 있다. 김훈 문장의 맛은 쓰기도 하고, 사무치기도 하고, 톡 쏘기도 하고, 입안과 머릿속이 벙벙해져서 어렵기도 하다. 이런 기행산문집은 어떻게 리뷰를 남겨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밑줄그은 문장들을 나열하는 게으름을 피울 수 밖에. 밑줄 그은 것들은 가슴이 시키는대로 한 것도 있고, 나도 모르게 아무 생각없이 그은 것도 더러 있다. 바위를 이렇게 묘사하는 사람은 김훈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바위는 집적된 면과 집적된 선으로 구성된다. 하나의 면이 흘러내리다가 뒤틀리고 포개지면서 또다른 면으로 전환된다. 이 면들의 뒤틀림과 이어짐 그리고 포개짐의 전환을 이끌면서, 그 전환의 윧동이 하늘로 치솟아 고준을 이룬다.- 44쪽, - 소설 을 .. 2012. 12. 10.
책<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 읽는 재미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인생도처유상수저자유홍준 지음출판사창비 | 2011-05-11 출간카테고리역사/문화책소개답사기 시즌 2의 시작, 두 배의 감동과 두 배의 재미로 10년...글쓴이 평점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제 6권 편을 읽었다. 인생도처에 문화재을 잘 아는 고수들이 숨어있다는 속뜻이 담긴 책이다. 이 책을 읽는 재미는 안방에 앉아서 우리나라 곳곳의 문화재를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아니, 우리나라에 이런 곳과 유물이 있었어?'하는 깨달음이 또 하나의 큰 재미다. 책을 덮고 나면 '여긴 꼭 가 봐야지' 하는 마음이 뭉게 뭉게 피어 오른다.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설렘은 시작되고, 책을 덮자마자 엉덩이가 들썩거려 카메라 들고 떠나고 싶은 충동에 간질간질하다. 한편 유홍준 교수.. 2012. 12. 8.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조선 범과 만나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저자오주석 지음출판사솔 | 2006-02-05 출간카테고리예술/대중문화책소개친절하고 깊이 있는 우리 미술 안내서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글쓴이 평점 창밖엔 눈이 가득 쌓였다. 내 마음에는 근심도 함께 쌓였다. 눈이든 근심이든 녹아 없어질려나. 이럴 땐 책이나 읽어야지. 오주석의 책 을 펼처 들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김홍도의 , , 정선의 , 정약용의 , 민영익의 , 작자 미상의 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옛 선조들이 이런 훌륭한 작품들을 남겼다는 사실에 언제나 놀라고 만다. 특히 김홍도의 가 호랑이의 모습을 친근한 옆집 고양이 같으면서도 호랑이의 위엄을 잃지 않게 실감나게 묘사한 점이 눈길을 끈다. 털에 대한 묘사부터 검은 줄무늬까지 실제 호랑이가.. 2012. 12. 7.
김연수의 책 <청춘의 문장들> 밑줄 긋기 청춘의 문장들저자김연수 지음출판사마음산책 | 2004-05-01 출간카테고리시/에세이책소개소설가 김연수의 내면풍경을 담은 산문집. 작가의 삶 속으로 선명...글쓴이 평점 그의 20대 이야기를 통해서 나의 20대를 비추어 보거나, 나의 20대 이야기와 작가의 20대 이야기를 비교해 보거나.그러면서 읽은 책이다. 1.자유, 아침 늦게까지 잘 수 있는 자유. 내 멋대로 머리를 기를 수 있는 자유. 며칠씩 술을 마시고 쏘다녀도 잔소리 듣지 않을 자유, 하지만 오래 가진 않았다. 소중한 것은 스쳐가는 것들이 아니다. 당장 보이지 않아도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것들이다.- 28쪽 - 2.(전문)뜰앞의 감국화를 탄식한다 杜 甫(두 보) 처마앞의 감국화는 옮긴 철이 늦어서푸른 꽃술은 중양절에도 꺾을 수가 없구나.내일 쓸쓸.. 2012. 12. 6.
오주석의 책 <옛 그림읽기의 즐거움 1>에 풍덩 "단결! 외박 다녀오겠습니다." 2006년 군복무 시절,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낭랑하고 밝았다. '룰룰라라' 휘파람 불며 부대에서 버스를 타고 나와 청량리역에서 내렸다. 나올 때는 즐거웠지만 막상 자유시간이 주어지니 막막했다. '뭐 하고 논담..혼자서...' 선, 후임들과 외박 일정이 맞지 않아 낮에는 영락없이 홀로 지내야 하는 시간이었다. 친구들도 대학생이라 수업중이었다. 문득 국립중앙박물관을 태어나서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 거기나 가자!' 군복을 입고, 일병 모자를 눌러 쓴 채 박물관에 들어갔다. 군인이면 조금 할인혜택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그 곳에서 운명의 그림 한 점과 만났다. 바로 추사 김정희의 1844년 작품 다. '이게 그 유명한 세한도란 말인가...'하며 한 동.. 2012. 11. 24.
팔다리 없어도 난 할 수 있어,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의 메시지 팔다리 없어도 난 할 수 있어,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의 메시지- 은지성씨의 책를 읽고- 1. 마음의 휴식처같은 책,구족화가 앨리슨 래퍼의 삶을 보며 내 삶을 반성해 보다 역경을 극복하고 큰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을 준다. 책를 읽으며 만난 한 여성 구족화가의 이야기 역시 그랬다. 1965년 한 여자아이가 힘찬 울음을 터트리며 세상에 태어났다. 그 여자아이의 이름은 앨리슨 래퍼. 여느 아기와 다름없는 탄생이었지만 그 여자 아이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태어나고 나서 평생 팔과 다리가 자라지 않는 해표지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절망에 빠진 앨리슨 래퍼의 부모는 결국 그녀를 고아원에 맡겼고, 래퍼는 고아원아이들의 수많은 놀림속에 괴롭고 고독한 시간들을 보내며 성장했다. ▲ 구족화가 앨.. 2012. 11. 22.
김훈 소설 <흑산>, 삶은 무엇인가하고 들여다보다 1. 소설은 어렵다, 그래도 김훈 소설은 챙겨보는 나소설을 읽으면 등장인물의 이름을 쫓아가느라, 거대한 서사를 따라가느라 머리가 복잡할 때가 많다. 어떻게 300여페이가 넘는 종이에 그런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는 것인가하고 감탄만 하다가 마지막 페이지에 이른다.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고 등장인물에 대한 이미지나 대략의 줄거리만 남을 때가 많다. 그 소설을 제대로 읽지 않은 탓이다. 너무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경우에는 연필로 이름을 적어가며 읽은 소설도 있다.  여러가지 이유때문에 소설은 내가 가장 읽기 어려워하는 장르중 하나다. 그럼에도 같은 소설을 읽고나서도 전문용어로 날카로운 평론을 하는 평론가 분들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이 소설이 이렇게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나하고 내 뒤통수에 벼락을 내리.. 2012.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