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 은행2513

고시원 방이 살쪘으면 좋겠어 내 고시원 방이 살쪘으면 좋겠어. 지금은 방이 하나밖에 안되지만, 하루하루 살쪘으면 좋겠어. 그래서 거실이 하나 생기고, 옷 전용 방이 생기고, 서재 하나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집은 밥을 먹지 않는다는 걸 알아. 고시원 방구석은 나를 좀먹고 있지. 오늘도 상상속에서만 집이 살을 찌네.뱃살 찌드끼만 쪄도 될텐디.항아리마냥 불러올라도 될텐디.이놈의 방구석. 2014. 3. 6.
엄마는 아들이랑 뭐를 가장 하고 싶어? 그리고 3년이 지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결국 아버지와 축구장에 가는 일은 없었다.돌아가실 때까지 싸움만 했던 어머니도 아버지 뒤를 쫓듯 돌아가셨다.결국 차에는 한 번도 태워드리지 못했다.- 영화에서 료타의 독백- 가족에 대해서는 늘 한발짝씩 늦는다.그때 부모님께 더 잘해드릴걸.전화한 통이라도 더할 걸.생신 좀 잘 챙겨드릴걸.이런 후회들이 뒤늦게 찾아온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를 보고엄마에게 카톡을 보냈다. "엄마는 아들하고 뭐를 가장 하고 싶어?" 엄마는 대답했다. "여행. 아들이랑 걸으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 음식점에서 맛난거도 먹고." 엄마는 또 있다며 답장을 보냈다. "옛날에 가족이 다 모여서 집에서 삼겹살 구워먹었잖아. 그렇게 다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삼겹살 구워먹고 싶네." 나는 아파.. 2014. 2. 16.
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고, 밑줄 그은 문장 김훈과 박래부가 맨땅을 맨발로 돌아다니자는 마음으로 기록한 문학지도. '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고-김훈, 박래부의 문학기행 하나'를 펼치고, 읽다가, 262쪽에 이르러 무언가 가슴 한 구석에 눈물이 젖어드는 것 같았다. 이 느낌의 정체는 뭘까. '청개구리가 나무에 앉아서 운다 / 내가 큰 돌로 나무를 때리니 / 뒷다리 두 개를 펴고 발발 떨었다 / 얼마나 아파서 저럴까? 나는 죄될까봐 하늘 보고 절을 하였다.' 놀이가 마땅하지 않는 산골 아이가 무료에 겨워 무심히 장난질 한 뒤의 놀람과 후회의 마음이 아름다운 감수성으로 전해지는 이 시의 필자는 당시 3학년이던 백석헌군이다. 산문집 ' 우리도 크면 농부가 되겠지'에서의 그는 버섯의 일종인 '후래기'를 무섭고 깊은 산에서 딴 후 그 돈으로 소주 한 병을.. 2014. 2. 16.
슬픔찌개 김치찌개는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슬픔은 눈물로 간을 맞춘다 2014. 2. 11.
소주 한 잔의 힘 소주 한 잔의 힘 작은 잔에 서로의 기쁨을 서로의 슬픔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시원하게 톡 털어넣고 기쁨이든 슬픔이든 가슴으로 함께 나누자는 것이다. 그리고 또 서로의 마음을 채워주는 것이다 쓸쓸한 마음이든 기쁜 마음이든 슬픈 마음이든 소주잔은 그 어떤 큰 잔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잘 담아내는 것 같다는.... 개뿔. 적당히 마시고, 취하지 말고, 몸 가눌 정도만 마시기. 2014. 2. 11.
눈물가뭄 눈물가뭄 어머니의 눈물샘엔 가뭄이 들지 않는구나논에 물을 대듯이당신의 척박한 삶에 눈물을 대는구나무엇을 키우려는 것인지무엇을 자라나게 하려는 것인지슬픔만 키우는 것은 아닌지어머니의 눈물샘에 가뭄은 들지 않는구나 그런데 왜 어머니 속은 언제나 쩍쩍 갈라지는 것일까술한잔 하시지 못하고물한컵 들이켜도 풀리지 않는 속눈물만 꾸역꾸역 삼키시는구나어머니의 가슴엔 가뭄이 들지 않는구나당신의 삶에 눈물가뭄 한 번 들었으면 좋겠네 2014. 2. 11.
꽃이 시드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나요 '꽃이 시드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나요?'책'인생기출문제집'에서 황경신 작가(PAPER 편집장)는 위 질문을 던졌다.작가는 헤르만헤세의 편지글을 인용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꽃병 속에 꽂힌 채 시들어가는 백일홍을 관찰해보라.' 그의 편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황홀하던 빛이 섬세해지고 지쳐 부드럽게 바래가는 모습을 보라. 오렌지색에서 노란색으로, 다시 회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라. 지친 꽃잎의 가장자리에 주름이 지는 모습을, 고개를 떵ㄹ어뜨리는 모습을, 호소하듯 슬픈 빛을 띤 붉은 잿빛을, 낡은 수채화의 빛깔을 보라, 꽃 잎 뒤의 그늘을 보라, 죽음이 일어나는 순간을 보라, 꽃들의 세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잃어버린 색들을 보라.' -책144쪽, 헤르만헤세의 편지에서 인용한 글-" 2014. 2. 11.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밑줄 그은 문장들 주말에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었다. 유시민의 내면의 기록인 이 책에는 그의 삶에 대한 생각들이 진솔하게 녹아 있다. 특히 보수와 진보, 정치, 삶의 방식에 대한 그의 생각은 곱씹어볼 만하다. "나는 진보주의와 보수주의에 대한 '생물학적 접근법'을 좋아한다. 생물학적 접근법에 따르면 진보주의란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이다. 이러한 의미의 진보주의자는 생물학적으로 부자연스러운 또는 덜 자연스러운 생각과 행동을 한다. 생물학적으로 부자연스럽다는 것은 '진화가 인간에게 설계해놓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가족과 친척이 아닌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을 자발적으로 내놓는 것은 기.. 2014. 2. 8.
초딩때 육상선수로 활동하고 뒤늦게 깨달은 것들 초딩때 나는 100m 육상선수였다. 그때는 도장깨기 비슷한 게 유행했었다. 이를테면 나보다 빠른 친구를 찾아가 시합을 청하기도 했고, 반대로 나도 여러번 도전을 받았다. 육상으로 도장(?) 깨기, 야크의 도전 그때는 만화 쥐라기월드컵이 유행할때라서 '야크'라는 별명을 가진 한 학년 아래 후배가 도전을 걸어왔다. 비록 초딩때였지만 다 고만고만했기에 선배고 뭐고 없었다. 다행히 당시 자존심은 지켰다. 내색은 안했지만 시합 나갔을때처럼 좆빠지게 달렸다. 이유는 단순했다. 지면 쪽팔리니까. 창피하지만 그때 내별명은 졸라 빠른 소닉이었다. 또 한 번은 내가 전학 오기전 그 학교에서 달리기 1인자였던 친구와 봄 체육대회에서 붙었던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내가 전학오기전까지 도장깨기(?) 끝에 달리기만큼은 1위를 .. 2014.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