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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80

2017 독서노트(48)다시, 혼불 "마음이 헛헛하면 혼불을 찾는다." 그네는 이제 아주 안 보이게 된 액막이 연이 어째서인지 자신의 몸만 같아서, 마치 저수지에 몸을 던진 인월 아짐처럼, 밤하늘의 복판 아찔한 수심속으로 깊이 빠져 잠겨들고 있는 것이 역력히 느껴졌다.명주실.이미 그네를 지상으로 잡아당길 명주실은 연 자새에서 다 풀리어 무엇에도 제 가닥을 걸어 볼 길 없이, 머리카락 한 올처럼 시르르 허공에 떠오르며 이윽고 흔적을 감추어 버렸다.무슨 액을 막으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 달 뜬 밤, 연을 띄우셨을까.강실이는 한숨을 삼킨다.한숨도 서걱서걱 얼어 있다.시리다.-제6권 85쪽- 부모와 자식은 한 나무의 뿌리와 가지여서, 우연히 어쩌다 태어난 것이 아니라, 조상의 염원이 어리고 세세생생의 인연이 지중하여 한 핏줄로 난다 하며, 설령 .. 2017. 9. 14.
2017 독서노트(42)장그르니에의 <섬>, 여행은 왜 하는 것인가 ▲스위스 베르니나 열차를 타고 사람들은 여행이란 왜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언제나 충만한 힘을 갖고 싶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아마도 일상적 생활 속에서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활력소일 것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한 달 동안에, 일 년 동안에 몇 가지의 희귀한 감각들을 체험해 보기 위하여 여행을 한다. 우리들 마음속의 저 내면적인 노래를 충동질하는 그런 감각들 말이다. 그 감각이 없이는 우리가 느끼는 그 어느 것도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서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그것은 불가능한 일-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하여 여행한다고 할 수 있다. 예수회 신자들이 육체적 단련을, 불교 신자들이 아편을, 화가가 알콜을 사용하듯이, 그럴 경우 여행은 하나의 수단이.. 2017. 7. 30.
2017 독서노트(36)시인 박재삼의 추억에서 내가 초딩이던 시절부터 통닭가게를 운영하시던 부모님 생각이 났다. 시인 박재삼의 시를 한 편 옮겨 본다. 추억에서1 진주장터 생어물전에는바다 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 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빛 발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은전만큼 손 안 닿는 한이던가울 엄매야 울 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리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손 시리게 떨던가 손 시리게 떨던가, 진주 남강 맑다 해도오명 가명신새벽이나 밤빛에 보는 것을,울 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2017. 4. 23.
2017 독서노트(34)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시'의 존재 이유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자, 이 땅에 문학이 필요한 이유를 사색하게 해준다. 도정일의 문학에세이 를 읽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문학평론. 어떻게 저런 깊이 있는 해석이 가능할까 감탄하게 되는 책이다. 시를 읽는 방법부터 한편의 시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철학, 우리 문학의 지향점, 문학교육의 필요성, 시적 수사기법…. 이 모든 것들이 구슬을 꿰어놓은 듯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야 할 만큼 쉽지 않은 책이지만, 날카로운 언어로 문학의 속살을 과감하게 보여 준다. 문학의 숲을 유랑하는 사람들에게 시와 문학을 해석하는 독법과 함께 문학의 숭고한 가치를 알려주는 이정표와 같은 책이다. "시의 질을 따지는 비평적 장치는 여러가지이다. 시적 진술의 평면성 극복 여부, 간접화의 .. 2017. 4. 16.
2017 독서노트(29)신영복의 세계기행 <더불어숲> 신영복은 책 개정판 서문에서 "21세기를 시작하면서 과거를 돌이켜보고 미래를 전망하던 때에 쓴 글"이라며 "그러한 성찰과 모색은 변함없이 지켜야 할 우리들의 정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영복은 그리스, 이집트, 이탈리아, 베트남, 인도, 독일, 런던, 브라질, 페루 등 세계각국의 역사와 문화의 현장을 돌이켜보며 끊임없이 사색한다. 우리가 가꿔나가야 할 미래의 모습이 이 책에 담겨있는지도 모른다..동네카페에서 단숨에 읽어내려간 책. 신영복은 과거의 역사적인 순간을 곱씹고, 세계 문화의 다양성을 직접 체함하며 오늘을 사는 '나' 혹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그의 메시지는 한 개인이 삶의 이정표를 세우는데 보탬이 되기도 한다. 그는 떠났지만 우리 곁에 주옥같은 책들을 남기며 늘 함.. 2017. 3. 12.
2017 독서노트(27)이호신의 <숲을 그리는 마음> 한 겨울, 눈 덮인 산하를 더듬어 나가노라면 왠지 잃어버린 가슴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잠시 세속의 삶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올 때, 세월의 앙금과 문명의 이기가 역사의 수레를 멈추고 비워지는 은혜를 느끼기 때문이다. 더구나 눈 내린 대지의 장려함과 수려함, 그 하늘 위로 때늦은 철새가 길을 내어 산을 넘어오는 비행을 목도할 때는 넋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다.-14쪽 일부- 도회지 자투리 땅이나 도로변에서도 잘 피어나는 개나리를 보면 마치 향수처럼 노오란 병아리의 봄나들이가 떠오른다.봄볕이 어느곳엔들 소홀하랴.보도 블록 틈새엔 민들레와 보랏빛 제비꽃이 앙증스레 얼굴을 내밀고 잠시 길을 멈추라 한다. 삶이 그리 바쁘고 각박해서야 되겠는가. 봄 마중이 발 밑이니 하늘을 잊은 자, 예서 봄을 느끼라고.담장.. 2017. 3. 1.
2017 독서노트(26)김훈의 <공터에서>, 밑줄 그은 문장 적막한 세상에서 몸 하나 비빌 대를 찾고자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호롱불조차 켤 수 없는 마음은 캄캄할 까. 환할까. 삶은 개별적이다. 힘들었겠다. 힘들다. 이 두 표현 사이에서 서로의 삶을 위로한다. 김훈의 장편소설 를 읽으며 엄습한 생각이다. 아버지는 삶에 부딪혀서 비틀거리는 것인지 삶을 피하려고 저러는 것인지 마장세는 알 수 없었지만, 부딪히거나 피하거나 다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아버지는 늘 피를 흘리는 듯했지만, 그 피 흘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삶의 안쪽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생활의 외곽을 겉돌고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은 노새나 말, 낙타처럼 먼 길을 가는 짐승 한 마리가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얼씬거리다가 그 너머로 사라져서 보이지 않게 된 것처럼 느껴졌다. 아버지가 이 세상이 다시는 지분덕거릴 .. 2017. 3. 1.
2017 독서노트(20)매거진 B 스타워즈 편 고요한 밤. 편을 읽었다. 참 독특한 잡지다. 잡지안에 광고가 없다. 광고에 끌려가는 잡지가 아닌 콘텐츠로 승부하겠다는 철학이 엿보인다. 매월 한 가지의 브랜드를 선정해서 숨은 이야기를 발굴, 깊게 파고든다. 브랜드의 탄생배경부터 브랜드의 가치, 소비자들의 생각 등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 형식이다. 제60회 칸국제공고제에서 그래픽디자인, 디자인크래프트 부문 은사자상을 수상했단다. “브랜드의 철학을 어떻게 소개하느냐가 의 숙제에요. 무엇보다 소비자의 시각에서 보려고 하죠. 이를 위해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하고 있어요. 브랜드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떤 소비자들이 즐겨 쓰고 있는지, 브랜드의 숨겨진 이야기도 찾아보고요. 업계 사람들만 이해할 만한 어려운 말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실제 현장의 .. 2017. 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