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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혀가 꼬이기 직전, 인생이 풀리기 시작할 때 술.술술.술술술.술을 먹으면 말이 술술술.혀가 꼬이기 직전까지 마시는 술이 가장 맛있다.몸은 절로 어깨춤을 추고, 눈은 게슴츠레하지만 마음의 문을 연다.어두컴컴한 세상, 답답한 미래.잠시 술잔 앞에 내려놓고, 몸속으로 덜컥 술 한잔을 털어넣을 때. 우리는 잔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환희를 맛본다.술은 취하지 않을 정도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 마시라고 한다.마시다 절제할 수 없을 때 본의아니게 남에게 폐를 끼칠 때도 있다.술은 절제의 미학이 아니라, 정이 닿는데로 때론 넘치게 부어줘야 할 때도 있다.그럼에도 술은 절제가 미덕이다. 가끔 그러고 싶지 않을 때, 절제하고 싶지 않을 때, 자신을 풀어헤치고 싶을 때, 술을 과하게 마신다. 친구 끼리도 술을 과하게 마시거나 주정을 부리면 예의에 어긋난.. 2017. 1. 4.
2017 독서노트(5)이철수 나뭇잎 편지 <사는동안 꽃처럼> 무리지어 나는 먼길가는 비행에서 나혼자 낙오하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지요?저기 한 마리, 조금 뒤처진 자리에서 날갯짓하고 있는 새가 내 모습이라고 여기시는지요? 누구나 그런 불안에 사로잡혀 살고 있을겁니다.시대가 앓고 있는 돌림병 같은 거지요.새들의 먹이가 넘치는 자연에 개발의 삽날을 들이대는 인간들이 철새의 적이 되고 있는 것처럼,우리의 우애있는 삶에 덫을 놓는 야수적인 존재들이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우리 모두가 경험하고 있는 불안.그 마음의 병도, 그탓이 크지요.무엇보다 자책에서 벗어나야하지 싶습니다.지금, 우리 최선을 다해 날갯짓하고 있기만 하다면요!-21쪽- 이철수의 판화집 . 그위 판화와 글들이 새겨져있는 책이다. 글과 그림이 어우려저 마음을 위로한다. 21쪽의 문장이 특히.. 2017. 1. 4.
2017 독서노트(4)나카무라 루미<아저씨 도감> 이런 소재로 책을? 당신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 책 표지에 등장하는 카피다. 허걱. 찔린다. 내 미래는 '아저씨'다. 아니다. 현재진행형이다. 가끔 뻥카를 날린다. 나는 청춘과 아저씨의 경계에 서 있다고. 위토롭게. 지금 아저씨면서. 나는 30대 초반이다. '아저씨'를 소재로 이렇게 재밌는 코믹에세이를 쓸 수 있다니! 일단 펼치면 배꼽 잡는다. 일본 아저씨들의 풍경과 한국 아저씨들의 풍경은 다르지 않다. 내 모습도 들어가 있다니. 깜짝 놀랐다.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책 의 위엄. 목차만 훑었을 뿐인데도 입술 사이로 침 튀기듯. 툭툭 웃음이 나온다. 키득키득. 큭큭. 주정뱅이 아저씨, 불륜하는 아저씨, 여름의 아저씨, 남의 물건을 엿보는 아저씨, 배낭 아저씨, 정체불명의 아저씨, 음흉한 어저씨, 귀여운 아저씨, 예술가.. 2017. 1. 3.
2017 독서노트(3)강상중 미술에세이 <구원의 미술관> "나는 여기에 있어,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 강상중 미술에세이에 나오는 물음이다. 저자는 뒤러의 자화상을 보고 그 그림이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로 이 그림. 뒤러의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있는가? 공간으로 설명하면 하늘 아래에 있고, 종으로 설명하면 인간이고, 직장에서 위치를 살펴보면 말단이다. 출근 전. 매일 아침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려 화장실로 간다. 눈을 반쯤 감은채 칫솔에 치약을 짠다. 힘없이 칫솔을 입으로 가져간다.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채 이를 닦는다. 눈을 잠깐 떠서 거울을 바라본다. 매일 거울에는 나의 자화상이 비친다. 안경 쓴 자국이 콧등에 나있고, 왁스를 바르지않은 머리카락은 너저분하다.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는다. 각질이 많아 녹차 샴푸를 묻힌다. 손가.. 2017. 1. 3.
2017 독서노트(2)장수한 <퇴사학교> 내 일 찾기 매트릭스 새해 벽두부터 읽는다는 책이 ? SBS스페셜을 흥미롭게 봤다. 그 다큐에 나오는 이가 장수한. 그는 삼성전자를 퇴사한 후 퇴사학교를 차리고 제2의 인생을 열어가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된 퇴사를 위한 로드맵을 그려준다. '퇴사', 말이 쉽지 퇴사하고자하는 용기를 낸다는 게 쉬운 일인가. 무작정 퇴사를 하기전, 이 책을 읽으면 숨을 고를 수 있을 듯하다. 잠깐, 천천히 생각해보는거지. 퇴사하는게 맞을까. 저자는 체크리스트를 알려준다. 내가 이 회사에 붙어있어야 하나 박차고 나와야 하나. -지금 하는 일을 통해 내가 성장할 수 있는가?-나는 충분히 배우고 있는가?-내가 현재 하는 일을 할수록 나의 전문성이 강화되는가?-내 일은 소모되지 않고, 축적되는가?-나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역량을 갖추고 있.. 2017. 1. 3.
2017 독서노트(1)김숨 장편소설<한 명> 충북 괴산에 있는 에서 구입한 책. '숲속작은책방이 사랑한 책'이라고 한다. 처음엔 작가 '김 숨'이 누굴까 궁금해서. 두번째는 책 표지에 마음이 홀려서. 세번째는 소설의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해서. 그렇게 지갑에서 돈을 꺼내 구매했다. 소설 제목의 뜻은 단어 그대로 '한 명'이다. 그 한 명이 누구인지 소설을 읽으며 깨닫는 순간, 가슴 밑바닥에서 솟구쳐 오른다. 왠지모를 슬픔이. 분노가. 안타까움이. 다시 슬픔이. 처절한 슬픔이. 감히 상상하지 못할 고통이. 그 한 명은 '홀로남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다. 마지막 남은 위안부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 생명이 위태롭다는 방송을 접하고 할머니의 마음은 요동친다. 아직 위안부의 기억을 고통스럽게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한 명이 더 있다고. 내가 그 피.. 2017. 1. 2.
맥주 한 캔 직딩의 행복은 별 것 없다.퇴근길 터벅터벅.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 맥주 앞에서 두리번 두리번.오늘은 이 맥주다!정했으면 집어든다.카드를 꺼내 결제.아차 하나 빼먹었다.치즈.소세지.봉지에 넣어 집으로 다시 터벅터벅.문을 열고 들어가 불을 켠다.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드디어.맥주 캔 따는 소리.똑~딱~쏴아~목구멍으로 시원한 파도.맥주 한 캔의 행복.이 밤의 끝을 잡고.노래 가사를 읊조리며맥주를 벌커 벌컥.의미없이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리다바로 끈다.천장을 몇 초간 바라보다가눈을 감는다.눈을 감고 있다가다시 터벅 터벅.스위치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불을 끈다.취침. 2017. 1. 2.
정처없는 여행길, 어디로 흘러가든 냅두리라 기차여행을 하며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본다.저 멀리 산 능선이 우리네 인생의 굴곡처럼 보인다.내게는 열정의 굴곡이 더 맞겠다.한 번 쯤 자신의 삶을 멀찌감치에서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 아직 내 삶은 뒤돌아 볼 것도, 굴곡도 많지 않아 때론 밋밋한 풍경이다.정상을 찍어 본 적은 없고 산허리를 따라 돌아다닌 느낌이다. 가시에 찔리거나 꽃을 밟거나 나뭇가지에 부딪히거나 돌부리에 발이 걸린 정도.때론 무릎이 까지기도 마음이 까지기도 했다. 저 산 능선 너머 희뿌연 또 하나의 능선.그 뒤에 엷은 한산 세모시같은 능선. 그 너머로 아주 희미한 어린시절.그 옆에 뭉개진 내 턱선 같은 능선.하늘과 맞 닿아있는 산 능선들, 삶의 굴곡들.달리는 기차안에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특별한 계획도 없이 기차에 올랐다.눈은 쌓이지 않.. 2017. 1. 2.
[직딩라이프]주말이 다가오면 고무장갑이 되고싶다 주말이 다가오면 밀린 설거지를 앞에두고빨래처럼 널린 고무장갑이여나는 네가 되고 싶다물끄러미 드러운 그릇들을 바라보며아무것도 하지 않고24시간48시간72시간널브러져 있고 싶다더러운 그릇 옆에 시계 하나퐁퐁을 묻혀시계바늘을 닦고초침도 닦고숫자들도 닦아주고귀찮아도 닦아주고수도꼭지를 틀고헹궈서 씽크대 위에 올려놓고말려서나중에 밥을 담아야지기약은 없지만물을 묻히지 않고눈물을 묻히지 않고고무장갑처럼 널브러져곰팡이 낀 그릇들을 맥없이내려다보고 싶다주인이 오기전까지캄캄한 어둠속에 있다가별은 뜨지 않을지언정아무것도 하지 않고아무것도 하지 않고드릅게 생긴 그릇 하나 둘 더 쌓이는 걸내려다보고싶다의미없이생각없이 2016.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