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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독서노트(70) 도시의 표정-평화의 소녀상 왼쪽 어깨에는 새가 앉아 있다. 새는 일반적으로 자유와 평화의 상징이지만 여기서는 살아 있는 할머니들과 이미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을 잇는 영매의 의미가 추가된다. 이 맨발인 것은 당시 전쟁 때 찍은 사진에서 신발 신은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평화비 옆에 빈 의자를 둔 것은 시민들이 그 자리를 채워 위로해 달라는 의도다. 제막식 날, 수요집회에 나온 할머니들이 이 동상을 수없이 안고 닳도록 어루만지는 것을 방송에서 봤을 때 많은 사람이 가슴 찡한 전율을 느꼈으리라.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바다에 오석으로 깐 그림이다. 몸은 소녀인 데 비해 그림자는 쪽진 머리에 등 굽은 할머니다. 소녀의 어깨에 새가 앉았다면 할머니의 가슴엔 나비가 새겨졌다. 나비는 환생을 뜻한다. 수요집회가.. 2018. 6. 11.
2018 독서노트(69)영혼의 시선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은 달아나는 현실 앞에서 모든 능력을 집중해 그 숨결을 포착하는 것이다. 바로 그때 이미지의 포착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커다란 즐거움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머리와 눈 그리고 마음을 동일한 조준선 위에 놓는 것이다. 나에게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다른 시각적 표현 수단들과 분리될 수 없는 이해 수단이다. 그것은 독창성을 입증하거나 확인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외침과 해방의 방식이다. 그것은 삶의 방식이다.-15쪽- 내 영혼의 시선은 어디에 머물러 있을까. 나는 고요한 밤, 침묵이 흐르는 집, 냉장고속 김치통의 모서리에 작은 얼음처럼 서려있을까. 2018. 6. 11.
2018 독서노트(66) 장편소설 곰탕-미래에서 온 살인자(아르테) 가마솥에 국물을 팔팔 끓여 뽀얗게 우려낸 후 맛있는 한우고기와 쇠뼈를 퐁당 담궈 다시한번 끓인다. 곰탕의 깊은 국물맛은 혓바닥 깊은 곳까지 파고들 기세다. 머릿속이 상상력으로 꽉 차는, 무언가 머릿속이 든든해지는 곰탕. 그런 곰탕을 닮은 소설이 있다. 영화와 의 김영탁 감독이 첫 장편소설 '곰탕'을 내놨다. 제목만 봐서는 쉽게 내용을 상상할 수 없다. 읽어보니 시간여행, 스릴러, 범죄, 유토피아, SF 등 다양한 요소를 푹 우려낸 독특한 소설이었다. 소설은 2063년 부산에서 식당 보조 일을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곰탕의 깊은 맛을 내는 방법을 배워라는 조건으로 20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 것. 2019년 부산의 곰탕집에 도착한 주인공에게는 예측불허의 사건들이 닥치고, 정체불명의 사람들.. 2018. 5. 31.
2018 독서노트(50)카페 담양제과, 하얀 표지의 시집같은.. 표지가 하얀 시집을 닮은 담양제과. 담양 관림제방을 지나 국수거리로 넘어오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꾸미지 않은 외관에 절로 호기심이 인다. 살짝 들여다보니 사람들이 무언가를 마시고 있다. 카페인가보다. 옆 이발소 표시등과도 묘하게 잘 어울리는 이곳. 문을 열고 들어서니 카메라와 촛불이 예쁜 소품으로 놓여있다. 깔끔한 화이트 인테리어에 절로 카메라 셔터가 눌러진다. 밖에서 볼 때부터 범상치 않은 곳이다 생각했는데, 꽤 유명한 곳이었다. 어머의 젖을 물고 있는 강아지들부터, 기차 풍경, 바가지에 담긴 열매까지. 네모난 사진들이 벽면에 붙어있다. 주문을 하러 카운터로 가보니 상장하나가 놓여있다. 제20회 대한민국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전통 현대 분야 은상을 수상했단다. 주메뉴는 대나무 티라미수, 대나무 우유.. 2018. 3. 21.
2018 독서노트(44)우리는 독서모임에서 읽기, 쓰기, 책쓰기를 합니다 독서모임을 운영할 때 참고할 만하다. 책에서 발췌했다. 단순히 읽기모임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함께 글을 쓰고, 책 한권을 내는 독서모임을 지향하는 모습이 인상깊다. "한권의 책을 선정하여 함께 읽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독서모임은 프리즘을 통과한 빛과 비슷하다. 하나의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다양한 색으로 분리돼 보이는 것처럼 한 권의 책에서도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다. 모임 진행 방법은 다양하다. 큰 방향만 맞는다면 나머지는 함께하는 사람들과 맞춰가면 된다." "읽기만 하는 것보다 노트에 적기 시작하면 좋은 문장이 머리에 더 깊이 각인된다. '손독서'가 '눈독서'와 병행이 되면 모임이 더 즐거워진다." "읽기 모임에서는 엄밀히 말하면 책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그 책을 읽은 사람에게 집중한다. 책을 .. 2018. 3. 11.
2018 독서노트(43)청춘의 독서, 맹자의 말 아~아무것도 하기싫은 일요일. 침대에 벌러덩 누워 유시민의 를 읽었다. 맹자의 말. 유시민이 리영희를 '사상의 은사;로 표현하며 스스로를 되돌아본 글귀. 이 둘이 가슴에 팍 박힐 줄이야. 내가 남을 사랑해도 남이 나를 가까이하지 않으면 인자한 마음이 넉넉했는지 되돌아보고, 내가 남을 다스려도 다스려지지 않으면 지식과 지혜가 부족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볼 것이며, 예로 사람을 대해도 나에게 답례를 하지 않으면 공경하는 마음이 충분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어떤 일을 하고도 성과를 얻지 못하면 자기 자신에게서 그 원인을 찾아야한다. 자신이 바르다면 온 천하 사람이 다 내게로 귀의할 것이다.-책 133쪽, 맹자 4-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리영희 선생은 말한다. 진실, 진리, 끝없는 성찰, 그리고 인식과 삶을 .. 2018. 3. 11.
2018 독서노트(41) 랩걸 Lab Girl 시간은 나, 내 나무에 대한 나의 눈, 그리고 내 나무가 자신을 보는 눈에 대한 나의 눈을 변화시켰다. 과학은 나에게 모든 것이 처음 추측하는 것보다 복잡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발견하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레시피라는 것을 가르쳐줬다. 과학은 또 한때 벌어졌거나 존재했지만 이제 존재하지 않는 모든 중요한 것을 주의 깊게 적어두는 것이야말로 망각에 대한 유일한 방어라는 것도 가르쳐줬다. 나보다 더 오래 살았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내 나무도 그중 하나이다.-49쪽- 식물들에게 빛은 곧 생명이다. 나무가 자라면 아래쪽 가지는 새로 난 위쪽 가지들의 그늘에 가려 아무 소용이 없어져서 한물간 퇴물이 된다. 버드나무는 이렇게 못 쓰게 된 가지에 예비 식량을 저장해서 그 가지.. 2018. 3. 11.
2018 독서노트(40)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자존감. 자신을 존중하는 감정.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 쓸 데 없는 자존심을 내세울 때.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때. 남을 존중하지 못할 때. 나만 앞세울 때. 서로를 존중하지 못할 때. 누구나 이런 순간에 놓인다. 자존감이 떨어질 때는 어는 순간 '내가 쓸모없는 사람'으로 느껴질 때다. 누군가와 비교해서 낮은 평가를 받을 때.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박할 때. 자존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마음이 풍요롭지 않을 때. 이럴 때도 자존감이 떨어지기는 한다. 자존감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까. 삶을 지탱하는 힘일텐데. 책를 읽으며 생각에 잠긴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자존감은 '자신의 가치에 대한 평가에 기초하여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44쪽- 직업간 소득격차가 크지 않으면 사람들의 삶과 심리에 어떤 .. 2018. 3. 10.
2018 독서노트(38)페이스북 심리학, 페친을 끊는 이유 페친. 페이스북 친구. 잠이 안 올 때 눈팅하면 재미있는 페이스북. 술먹고 글을 올린 후 다음 날 이불킥.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살고 있는 듯한 환상. 듣고 싶지 않은 고민까지 듣게 되고, 남이 듣기 싫어하는 고민까지 말할 수 도 있는 공간. 책으며 든 생각. 페친 끊기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책에 나온 사람들이 페친을 끊는 열 가지 이유. 1. 지나치게 많은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부적절한 포스팅2. 정치적 혹은 종교적 동맹 강요3. 페이스북 막장 드라마4. 지나친 자기 비하5. 나 혼자 착한 척6. 밤 먹듯 셀카 올리기7. 수다 대마왕8. 날마다 인용구 올리기9. 무의미한 업데이트10. 비열함 2018. 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