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책노트694 2018 독서노트(140)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金盞花)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윤동주, 전문- 다른 사람은 몸이 아프면서 동시에 삶이 아픈 .. 2018. 11. 3. 2018 독서노트(139)먹이는 간소하게, 노석미 그림에세이 노석미 작가의 그림에세이를 읽었다. 낮에 막걸리 먹고, 낮잠을 잔 후에, 부시시한 모습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책을 읽었다. 편하게 한장 한장 넘기며 작가의 그림과 함께 요리 레시피를 만날 수 이다. 밥 한상을 차려먹은처럼 마음이 푸짐해진다. 요리를 배워야할까보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자주 만들어주신 쑥개떡. 아...저렇게 만드는 구나. 참기름을 바른 쑥개떡은 정말 맛있다. 주로 추석명절에 먹었던걸로 기억한다. 쑥개떡을 오래 씹다보면 살짝 단맛도 나는데, 이런 맛을 좋아했던 것 같다. 쑥개떡을 빚었던 순간도 떠오른다. 어린시절 추억이 담긴 음식이 바로 쑥개떡이다. 노석미 작가의 그림에세이. 이 에세이를 주방에 놔둬볼까.ㅎㅎ 2018. 11. 3. 2018 독서노트(138)빵 고르듯이 살고싶다 나도 가끔은 빵 고르듯이 살고 싶다. 지금 이 마음. '오늘의 나'에게 딱 맞는 '오늘의 빵'을 찾는 마음. 쟁반에는 아직 아무것도 올려놓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풍요롭다. 이대로 아무것도 사지 않은 채 빵집을 나간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마치 죄인이 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던 회의 시간의 내가 떠올랐다(물론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내 손으로 고를 수 없고 새롭게 시작할 수도 없는 인생 같았는데 그 순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나답다고 느껴진다. '당연히 이쪽이 맞아.' 아직까지 빈 쟁반을 든 처지이면서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 되었든 내 삶의 온갖 선택 사항들도 이런 마음으로 고를 수는 없을까? '아직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쟁반을 든 나'라는 인물로 한 발 한 발 .. 2018. 11. 2. 2018 독서노트(137)잡지 읽다가 필요한 것들만 기록 잡지를 읽고 인상적인 부분만 기록. 카라반을 타고 사는 톰톰 김윤희 씨.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다. 눈내리는 날 카라반 안에서 좀비영화를 볼 때가 좋았다고. 에디터 김혜원 씨의 글이 잡지에 실려있다. 김혜원 씨는 방구석에서 혼자 즐길 수 있는 음악과 책을 소개한다.강아솔의 '사랑의 시절', 자우림의 '자우림'. 음반들이다. 영화는 '콜럼버스', '소공녀', '류이치사카모토:코다'.책은 노석미 작가의 '먹이는 간소하게', 임진아 작가의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이 2권은 곧바로 인터넷 구매를 했다. 서울의 라이프스타일숍에 가보고 싶다. 미국 뉴올리언스의 '프리저베이션 홀'에 가서 음악 연주를 듣고 싶다.'위위크'라는 커뮤니티 공간에 가보고 싶다. 내 방에는 내가 아끼는 책을 꽂아놓은 책장과 박수근 미술관.. 2018. 10. 28. 2018 독서노트(136)가을에 대하여 봄부터 빼야지 빼야지 했던 뱃살이 아직 그대로인걸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그럼 그렇지, 올해도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엄습하는 걸보니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그래 오늘부터 운동해서라도 남은 한해 뱃살을 빼야지" 올해안에는 결국 이루지 못할(?) 목표를 또 다시 정하는 걸 보니가을은 가을인가보다. 갑자기 감성이 돋아 무언가 글을 쓰고 싶어 시작했지만 결국 몇 줄 적지 못하는 걸보니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타고 집까지 걸어가는데 괜히 힘이 쭉 빠지고, 마음 속에 몇 가지 후회가 부스럭 거리는 걸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올해 뭘 했던가 열심히 떠올려보지만, 과자 봉지를 뜯었을 때 그 몇 개 없는 과자를 바라 본듯한 느낌이 드는 걸보니가을은 가을.. 2018. 10. 24. 2018 독서노트(135)열화당 사진문고 컬렉션 열화당 사진문고 컬렉션. 모으다가 중단했지만, 언젠가 열화당 사진문고를 전부 모으고 싶다.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블로그에도 올려본다. "1980년대 중반, 열화당에서는 척박했던 국내 출판시장에‘ 열화당 사진문고’를 선보여, 국내 사진인구의 저변 확대는 물론 사진 전공자들의 필독서로서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다. 새로운 세기에 접어든 지금, 이전의 사진문고보다 한층 풍부한 내용과 더욱 다양한 사진가들을 소개하는 새로운‘ 열화당 사진문고’를 선보인다. 이 시리즈는 과거와 현대의 모든 양식과 범주의 사진을 포괄하여 사진가와 작품을 밀도있게 다룬 아름다운 포켓 사이즈의 시리즈로, 시각매체에 관심을 가진 이 시대 독자들이라면 누구든지 탐독하고 싶어할 만한,‘ 사진예술의 작은 박물관’을 이루고 있다. 또한 감각적인 .. 2018. 10. 24. 2018 독서노트(134)문창용 감독 다큐 <다시 태어나도 우리> 린포체의 운명을 받아들인 다섯살 꼬마 승려 앙뚜와 그의 스승 우르갼의 동행을 담은 다큐멘터리. 문창용 영화감독이 무려 8년간 함께 다니며 촬영하고 1년간의 편집을 거쳐 만든 다큐멘터리다. 문창용 감독은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사켜놓고 최대한 관찰자의 시점으로 촬영했다고 한다.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인도 북부 라다크의 절경을 배경으로 앙뚜와 우르갼의 모습을 담았다. 800시간의 영상을 90여분의 작품으로 편집했다고 한다. 나는 촬영시간이 길어야 2년을 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잡지VOLUME 57 영화 편에 문창용 영화가독의 인터뷰를 보며 새삼 놀랐다. 이처럼 끈질기고 정성을 들어야 좋은 작품이 탄생하구나! 깨닫는 순간이었다. 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감독의 고뇌와 남모를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인터뷰가.. 2018. 10. 21. 2018 독서노트(133)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들 두꺼운 책인만큼 생각을 두텁게 해준다. 김광현 교수의 건축수업. 이 책을 읽으며 건축은 '땅위에 서 있는 철학자'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철학자는 바람과 햇빛, 물, 하늘, 사람, 공간을 사유한다. 건축의 본성은 아주 쉽게 말하면 이질적인 것의 타협에 있다. 아름다운 것과 실제적인 것, 이상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구체적인 것과 간명한 것을 타협시키는 예술이 건축이다. 비트루비우스가 '건축의 3요소'를 말하겠다고 하니 마치 이 요소와 저 요소를 합치면 잘 만들어 지는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그가 건축을 3요소로 말한 것은 서로 다른 세 가지가 잘 타협해야 한다는 뜻이다. 회화나 조각은 이런 타협을 본성으로 삼지 않는다. 그러니 회화나 조각의 본질을 설명할 때 '회화의 3요소', '조각의 3.. 2018. 10. 21. 2018 독서노트(132)장태산자연휴양림에서 독서삼매경 장태산자연휴양림. 책 읽기 좋은 장소다. 아니다. 책은 거들 뿐. 자연을 벗 삼아 피톤치트 마시며 숨을 쉰다. 책장을 넘긴다. 그것만으로도 좋은 '쉼'. 시원하게 뻗은 메타세콰이아 숲.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여름휴가를 보낸 곳. 하늘을 걷는 듯한 기분, 스카이웨이. 바람소리, 새소리, 물흐르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그저 좋다. 2018. 10. 21. 이전 1 ··· 25 26 27 28 29 30 31 ··· 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