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510 맥주 한 캔 직딩의 행복은 별 것 없다.퇴근길 터벅터벅.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 맥주 앞에서 두리번 두리번.오늘은 이 맥주다!정했으면 집어든다.카드를 꺼내 결제.아차 하나 빼먹었다.치즈.소세지.봉지에 넣어 집으로 다시 터벅터벅.문을 열고 들어가 불을 켠다.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드디어.맥주 캔 따는 소리.똑~딱~쏴아~목구멍으로 시원한 파도.맥주 한 캔의 행복.이 밤의 끝을 잡고.노래 가사를 읊조리며맥주를 벌커 벌컥.의미없이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리다바로 끈다.천장을 몇 초간 바라보다가눈을 감는다.눈을 감고 있다가다시 터벅 터벅.스위치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불을 끈다.취침. 2017. 1. 2. 정처없는 여행길, 어디로 흘러가든 냅두리라 기차여행을 하며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본다.저 멀리 산 능선이 우리네 인생의 굴곡처럼 보인다.내게는 열정의 굴곡이 더 맞겠다.한 번 쯤 자신의 삶을 멀찌감치에서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 아직 내 삶은 뒤돌아 볼 것도, 굴곡도 많지 않아 때론 밋밋한 풍경이다.정상을 찍어 본 적은 없고 산허리를 따라 돌아다닌 느낌이다. 가시에 찔리거나 꽃을 밟거나 나뭇가지에 부딪히거나 돌부리에 발이 걸린 정도.때론 무릎이 까지기도 마음이 까지기도 했다. 저 산 능선 너머 희뿌연 또 하나의 능선.그 뒤에 엷은 한산 세모시같은 능선. 그 너머로 아주 희미한 어린시절.그 옆에 뭉개진 내 턱선 같은 능선.하늘과 맞 닿아있는 산 능선들, 삶의 굴곡들.달리는 기차안에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특별한 계획도 없이 기차에 올랐다.눈은 쌓이지 않.. 2017. 1. 2. [직딩라이프]주말이 다가오면 고무장갑이 되고싶다 주말이 다가오면 밀린 설거지를 앞에두고빨래처럼 널린 고무장갑이여나는 네가 되고 싶다물끄러미 드러운 그릇들을 바라보며아무것도 하지 않고24시간48시간72시간널브러져 있고 싶다더러운 그릇 옆에 시계 하나퐁퐁을 묻혀시계바늘을 닦고초침도 닦고숫자들도 닦아주고귀찮아도 닦아주고수도꼭지를 틀고헹궈서 씽크대 위에 올려놓고말려서나중에 밥을 담아야지기약은 없지만물을 묻히지 않고눈물을 묻히지 않고고무장갑처럼 널브러져곰팡이 낀 그릇들을 맥없이내려다보고 싶다주인이 오기전까지캄캄한 어둠속에 있다가별은 뜨지 않을지언정아무것도 하지 않고아무것도 하지 않고드릅게 생긴 그릇 하나 둘 더 쌓이는 걸내려다보고싶다의미없이생각없이 2016. 12. 23. [직딩상상]직장 근무중 화장실에서.... 2016. 12. 6. 정유정 소설<종의 기원>, 굉장한 흡인력 샤워를 한 후 물이 회오리치며 욕조구멍으로 빠르게 내려가는 듯한 느낌의 전개. 짧은 호흡의 문장. 머릿속에 핏덩이를 세게 던져주는 듯한 살인현장 묘사. 범인이 누구인지는 쉽게 짐작이 됐으나, 왜 그럴수밖에 없었을까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한 흡인력을 가지고 몰아친다. 때로는 섬뜩하다. 때로는 오싹하다. 악 그자체인 것 같은 주인공의 내면.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자기 자신을 자기 안의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 문장이 뇌리에 박힌다. 그런데 한 가지 무서운 점은 우리는 타인의 '악'을 눈치채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타인의 안을 온전히 들여다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인간들로 이뤄진 세상에 산다는 것이 때로는 섬뜩하고 때로는 오싹한 이유다. 희망을 가진다고 절망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요. 세.. 2016. 12. 4. 책<트렌드코리아 2017>, 주말 커피 한 잔 마시며 트렌드를 읽는다 매년 연말이면 미래의 트렌드와 관련된 책을 읽는다. 그중에서도 대중적이고 정리를 잘해놓은 책 '트렌드 코리아 2017'을 읽었다. 아이뮤직에서 YG엔터테이먼트의 테디가 작곡한 노래들을 들으면서 말이다. 이 책은 2016년 국내를 강타했던 트렌드와 2017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흐름을 소개한다. 주말에 음악을 들으며 한 번 읽어볼 만 하다. 머리도 식힐 겸. 그 중 몇 가지를 추려보았다. 메신져 캐릭터캐릭터는 이제 '덕후'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과거 캐릭터에 열광하는 성인들은 어른답지 못한 것으로 치부되었으나, 카카오톡이나 라인같은 sns 메신져가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키덜트와 일반인을 나누는 경계가 모호해졌다. '키티'의 성공을 분석한 의 크리스틴 야노 교수는 위로가 필요한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사랑스럽고 편.. 2016. 12. 4. 바늘코뿔소 혓바닥은 바늘코뿔소길고 가느다란 바늘이 달려있다.함부로 휘둘렀다가는누군가의 마음을 찌르거나 찔리거나.피 한방울이 나더라도피 한바가지를 흘린듯한 출혈이 있는 곳그곳은 마음이다.순간의 감정으로 실수의 연속.상처가 된다.마음을 만질 수 없어지혈을 할 수 없다.스스로 아물기를 기다리다가서로를 생각하며 콕콕 찔리는 마음을 어찌할 길이 없다조심하고서로 조심해야하는데한 순간의 실수로마음은별과 별수억광년의 별과 별 사이그 거리보다 더 멀어질 수 있다.'화해'와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우주 탐사선을 띄우자.항해를 시작하자.혓바닥은 바늘코뿔소. 2016. 12. 3. [직딩상상]시간 피자 시계바늘은 지금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아니다. 직장에서만 그렇다.너무 빠르면 또 후회라려나.빨리 나이먹고. 시간은 가고, 늙고 결국 지금 시계바늘의 속도가 최적인가.... 2016. 12. 3. 사람에겐 눈물샘이 있어요 사람에겐 눈물샘이 있지요목젖에도 있지요 하늘에도 있지요 구름에게도 있지요 울엄마 가슴에도 있지요. 울아버지 뒷모습에도 있지요설거지 거리위에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수도꼭지에도 눈물샘이 있지요 일요일 늦은 밤 늘 깊은 한 숨을 내쉬어요 내 한 숨에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양말이 쪼음 움직이겄어요 방바닥 내 그림자 깊게, 아주 깊게 밟히는 소리에요 설거지도 귀찮아서 안했어요 빨래도 밀렸어요옷은 아무렇게 벗어놨어요발냄새에도 무감각해졌어요바닥에는 검은 지렁이책은 널브러져 있어요요새 책을 안봐요머리가 아닌 마음을 채우고 싶어요아니 책을 읽어야겠어요몆 줄 읽다가 잠들어요그냥 주절주절밤에 주절주절 2016. 12. 1. 이전 1 ··· 156 157 158 159 160 161 162 ··· 279 다음